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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동강 물길 따라…역사 품은 박물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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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가족여행 1번지, 강원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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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청령포의 풍경이 애틋하다. 가운데 울창한 소나무 숲 안에 단종의 처소가 있다/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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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강원도 영월은 참 재미있는 고장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볼거리, 귀가 솔깃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천혜의 풍광은 기본, 여기에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미술관들이 지천이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방학, 아이와 함께 다녀올 멋진 가족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영월을 기억한다. 그리고 세 개의 키워드를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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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민화전문 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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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하면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일단 ‘박물관’이다. 영월에는 20여곳의 박물관·미술관이 있다. 민화·사진·동굴·화석·악기·지리·천문 등 테마도 다양하다. 영월군은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박물관·미술관 등을 적극 육성해왔다. 이 덕분에 ‘박물관의 고장’이 됐다. 몇개의 박물관만 연계해도 제법 알찬 여정이 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곳들도 많다.

이름난 몇 곳을 소개하면 이렇다. 영월읍의 동강사진박물관은 2005년 7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 박물관이다. 1940~1980년대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영월의 상징, 동강을 주제로 2002년부터 매년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들
도 감상할 수 있다.

김삿갓면의 조선민화박물관도 잘 알려졌다. 국내 최초 민화전문 박물관으로 4500여점의 민화를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50점을 상시 순환 전시한다. 전문해설사가 민화이야기와 작품 해설을 해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민화를 음미하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옛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화폭에 투영된 덕이다. 선조들은 ‘수복병풍’ 앞에서 돌잔치를 열었고 ‘문자도’ 앞에서 천자문을 외웠을 거다. ‘화조도’ 병풍 앞에서 첫날밤을 밝혔고 늙어서는 ‘노안도’ 앞에서 손주 재롱을 봤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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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호안다구박물관’/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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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디오스타’의 주무대가 됐던 KBS영월방송국 건물에 마련된 ‘라디오스타 박물관’/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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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수주면의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교육에 평생을 바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지리 테마 사설 박물관이다. 지리학의 역사,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관련 체험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한다. 폐교를 활용한 영월읍의 국제현대미술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70개국의 조각작품들을 전시하는데 작품 수준이 꽤 높다. 야외조각공원도 잘 꾸며 놓았다. 김삿갓면의 호안다구박물관에서는 차문화를 체험하며 한기를 쫓을 수 있다.

실속 팁 하나 추가하면, 영월군은 박물관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 스마트폰에서 ‘영월박물관’ 앱을 다운받아 지정된 박물관과 관광지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렇게 적립한 마일리지는 박물관에서 다시 사용 가능하다.

다음으로 기억할 키워드는 ‘동강’이다. 맞다. 영월의 깨끗한 자연을 대표하는 것이 동강이다. 동강은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발원해 영월 하송리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 상류까지 약 65km를 흐른다. 동강은 억겁의 시간을 흐르는 동안 곳곳에 비경을 만들어 놓았는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상류의 ‘어라연’(영월읍 거운리)이다.

물줄기가 말발굽처럼 ‘U’자 형태로 크게 휘돌며 만들어내는 소(沼)가 어라연이다. ‘물고기가 비단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란 의미다. 물길 가운데 신선이 놀았다는 상선·중선·하선암 등 3개의 바위를 중심으로 소가 형성됐다. 일대는 물이 맑고 투명하며 기암과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어라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장성산 자락의 잣봉(537m)이다. 거운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에서 출발해 마차마을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탐방로가 정비돼 있다. 어라연을 보기 위해 ‘잣봉 트래킹’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거운분교에서 출발해 마차삼거리, 잣봉, 어라연, 만지동을 거쳐 다시 거운분교로 되돌아오는 약 7㎞의 ‘어라연 산소길’(약 3시간 30분 소요)을 걷는 이들이 많다. 여러 탐방로 가운데 풍경과 정취가 으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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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의 비경 ‘선돌’. 높이 70m의 탑 모양 기암과 물줄기가 어우러지며 장쾌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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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비경이 어라연이라면 서강의 비경은 선돌(영월읍 방절리)이다. 이름처럼 ‘서 있는 돌’이다. 신선이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 ‘신선암’으로도 불린다. 소나기재 정상에서 이정표를 따라 약 100m 들어가면 높이 약 70m의 탑 모양의 바위가 느닷없이 나타난다. 크게 굽은 서강과 어우러진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진다. 기괴한 바위가 구름을 걸친 풍광은 숱한 문인들의 애를 태웠다. 조선후기 학자인 오희상과 홍직필은 이 풍경에 반해 바위에 ‘운장벽(雲莊壁·구름에 싸인 절벽)’이라는 글씨를 새기고 시(詩)도 지어 읊었단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키워드는 조선의 6대 왕(王) 단종이다. 어린 나이에 숙부(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돼 유배당한 그의 애틋한 사연이 영월에 깃들어있다. 단종의 유배지가 남면의 청령포다. 청령포는 단종이 ‘육지고도(陸地孤島)’라고 했을만큼 천혜의 유배지다.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나머지 한쪽에는 험준한 암봉이 우뚝 솟아 있는 지형이 마치 섬과 같다.

청령포에는 단종이 그곳에 살았음을 알리는 비석, 복원한 단종이 머물던 거처, 그리고 민간인들의 접근을 금하라는 명령을 새긴 ‘금표비(禁標碑)’가 있다. 단종의 유배처 주변으로 거송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관음송’은 꼭 찾아본다. 단종이 걸터 앉아 말벗을 삼았다고 해 이름붙은 소나무다. 단종이 한양을 그리워하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 한양의 부인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등 눈 돌리는 곳마다 처연한 풍경에 가슴이 시나브로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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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의 울창한 소나무 숲/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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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단종의 거처/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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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물이 단출한 장릉/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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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은 당시 영월 관아건물인 관풍헌에서 17세의 나이로 사약을 받는다. 장마로 청령포의 거처가 물에 잠기자 처소를 이리 옮겼다. 그가 묻힌 곳이 장릉이다. 깃든 사연이 또 애틋하다. 영월의 호장(戶長) 엄흥도(嚴興道)가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암장했다. 오랫동안 묘의 위치를 알 수 없었는데 1541년(중종 36년) 당시 영월군수 박충원이 이를 찾아내 묘역을 정비했단다. 병풍석과 난간석이 없고 석물 또한 단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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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별마로천문대./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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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문학관/ 사진=영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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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영화 ‘라디오 스타’다. 영월은 영화의 배경으로 떴다.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영월읍 영흥리)를 비롯해 영월 읍내의 ‘느린’ 풍경들은 영화의 서정과 어우러지며 도시인의 관심대상이 됐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별마로천문대는 별관측은 물론 영월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당시 영화의 주무대가 됐던 KBS영월방송국은 ‘라디오스타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삿갓 쓰고 전국을 유랑했던 조선후기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언)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곳도 영월이다. 영월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삿갓면이 있고 김삿갓계곡도 있다.

첩첩산중 오지처럼 느껴져도, 막상 가 보면 참 흥미진진한 고장이 바로 영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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