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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건물에 불 나면 임차인이 물어라" 공공기관 황당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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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기업에게 부당한 조례·지침 곳곳에

행안부 "신속하게 규제 개선해 체감도 높일 것"

중앙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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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경제진흥원은 건물 내에서 발생한 화재·도난 등 사고에 대해 누구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2. B문화재단은 특정 공연에 대해 대관료 말고도 관람료의 일정 비율을 추가 징수하고 있다. 또 대관이 결정난 다음에도 재단 대표의 결정에 따라 임의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계약 상대방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행전안전부가 27일 지방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내부 규제’라며 제시한 사례들이다. 민간분야 계약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갑질’이다. 행안부는 이날 지난해 전국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696곳을 일제 점검해 ▶불공정 계약(128건) ▶일방적 부담 전가(54건) ▶주민 불편 초래(48건) 등 247건의 부당 사례를 적발,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이들 기관에 대해 부당 규제를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58건)와 부산(35건), 서울(25건) 순으로 개선 과제가 많았다.

지방 출자‧출연기관은 의료‧예술‧체육 등의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활 밀착형 공공기관이다. 주로 신용보증재단, 문화‧장학재단, 테크노파크 등이 해당한다. 지역 주민의 편의와 복지를 위해 세금으로 조성된 ‘풀뿌리 공공기관’인 셈인데, 도리어 곳곳에서 ‘유사 행정행위’를 통한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유사 행정규제란 공공기관 내부 규정 중 대외적 효력을 갖는 정관‧지침 등을 통해 지역 주민·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가령 C지방 공공기관은 입주 업체가 임대료·관리비 등을 연체할 경우 연체 한 달이 지나서부터 매달 10%의 가산금리를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관리비 100만원을 한 달 이상 연체하면 매달 1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행안부는 “이 같은 부당한 규정을 시중 금융기관 연체료 수준으로 낮추고, 월 단위에서 연 단위로 부과하도록 개선 지침을 보냈다”고 말했다. 개선안대로 월 10%에서 연 10% 연체율을 적용하면 월 8333원으로 낮아진다. A진흥원처럼 부당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선 새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B재단 같은 일방적인 비용 부담 조례 조항도 삭제한다.

행정 절차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꾼다는 방침도 밝혔다. 예컨대 신용보증 상담이나 대출 과정에서 지역 보증재단 방문 없이 금융기관에서 원스톱으로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경우에도 재학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등 필요 서류를 출자‧출연기관이 직접 조회하도록 바꿨다.

고규창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금까지 지자체 조례나 지침, 기관 규정 등으로 제도화돼 있던 ‘숨은 규제’를 다음 달까지 개정하겠다”며 “이어 올해 10월까지 일상 속 불편한 규제를 찾아내 신속하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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