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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말 많은’ 24조 예타 면제…재원마련·제도개편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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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착수

유지관리비 등 추가비용 소요

민간사업자 참여 여부도 불투명

정부가 수많은 논란 속에서 24조원 규모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뛰어든다. 오는 2029년까지 10년간 이어질 대장정의 출발점에 선 정부 앞에는 재원 마련, 제도 개편 등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

30일 정부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내달부터 예타 면제 대상 사업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 착수한다. 세부적인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ESTEP) 등 국책연구기관이 맡는다. 이들은 외부연구진을 모집해 올해 상반기까지 효율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이때 재원조달방안과 중장기 재정소요, 효율적 대안 등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이를 바탕으로 적정 사업규모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게 된다.

최우선 과제는 뭐니뭐니해도 재원 마련이다. 정부는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가운데 국비, 즉 국민이 낸 세금으로 18조5000억원을 지출하고, 나머지는 지방비(2조원), 민간 자본(7000억원)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고속도로ㆍ철도ㆍ공항 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공항공사에서 약 3조원을 분담한다. 다만 이는 잠정치일 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 착공 등 과정에서 사업비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의 경우 당초 22조원가량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실제 사업비만 24조7000억원이 투입됐고, 이 밖에 유지관리비 4억원, 재투자 비용 2조원 등 총 31조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국민이 얻을 총편익은 6조6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밝힌 비용은 순수 건설비일 뿐 유지관리비, 운영 등에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일부 사업은 민자로 추진하겠다지만 사업성이 낮아 민간사업자 참여 여부도 불투명해 적자보존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국가 재정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 정부보다는 후세들이 비용을 떠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예타 면제 사업 중 적지 않은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사업자를 유인하고자 재정지원 증가나 비싼 요금 등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예타 제도 개선방안 마련이다. 정부는 예타 대상 사업 기준과 예타 수행기관 복수 지정 여부, 예타 기간 단축안 등을 검토해 상반기 안에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999년 도입된 예타 제도는 그간 정부와 지자체 등의 불만 대상이었다. 까다로운 예타를 피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서는 의도적으로 사업비를 기준선인 500억원 미만으로 축소해 편성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준공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경우 예타를 시행했지만 경제성 분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사업비를 497억원으로 조정해 사업을 재추진했다. 꼼수를 막기 위해 예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물가 상승을 반영해 기준금액을 상향 조정하자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예타 수행기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와 감사원의 타당성 재조사 요구가 있더라도 기존에 예타를 수행했던 KDI가 수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 2000억원으로 올린다면 예타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며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제도를 오히려 면제시키는 정부 정책이 문제이지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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