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가 뒤덮는 세상은 이제 일상이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 같은 징후는 화석연료 사용의 참혹한 대가일지 모른다.
한때 예측 가능했던 변수들도 이제는 무질서하게 변하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돼 과학자들을 당혹케 한다. 소위 ‘정상성’이라고 부르는 범위를 너무 크게 벗어났다는 얘기다. 과학계에선 ‘정상성이 죽었다’는 결론까지 내는 형국이다.
탄소발자국은 개인이나 단체, 사물이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식품이 남긴 탄소발자국을 찾아내는 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단계별로 다른 방식으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
유럽연합 기후변화대응총국 기록에 따르면 미국의 3대 주요 항공사는 2012년 전년보다 겨우 1000t 적은 탄소를 배출했는데도 ‘항공연료 추가 요금’을 없애지 않았다. 탑승객이 온실가스 배출 완화를 위해 낸 돈이 항공사들의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데 쓸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화석연료 집약적 회사들이 나무의 탄소권리를 거래하는 행위는 이중적인 관계를 잘 보여준다. 나무를 구하기 위해 나선 기업들은 산림 벌채를 수반하는 사업을 벌이고 ‘산림 파괴가 내재된’ 물품을 판다.
오늘날 우리는 사실상 이중으로 돈을 낸다. 화석 연료 기업들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돈을 내고 그 후 배출된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또 돈을 낸다.
미세먼지는 중국이 일으키는데, 그 비용은 피해를 보는 한국이 지불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책임 소재를 찾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제도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배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국의 암투와 다국적 기업의 꼼수로 이제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저자는 환경 보호라는 명목 아래 생업의 현장에서 내쳐져 구걸하는 원주민이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탄소배출권을 놓고 싸우는 동안 정작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탄소와 관련 없는 작은 섬나라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탄소 시장의 해법으로 탄소세를 제안한다. 탄소세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하며 공평한 경쟁의 장을 열고 에너지 비용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탄소에 값을 매기는 경제를 향해 가면서 누가 내고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 대답하려면 화석연료의 비용을 더 잘 설명하는 정직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탄소발자국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가 더 잘 이해하고 행동할수록 더 공평한 균형 상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성의 종말=마크 샤피로 지음. 김부민 옮김. 알마 펴냄. 356쪽/1만8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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