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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녹지국제병원 문닫나]下 논란 속 17년째 '공회전'...영리병원 논의 원점부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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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째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공회전하다보니 행정 실무자들과 의료계에서는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자체가 한국 보건의료시스템,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은 옷’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녹지국제병원 인허가를 담당하는 제주도 관계자는 1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십여년 간 논의를 끌어왔는데 이런 식의 결론이 나오니 애초에 만들지 말았어야 할 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과 함께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조선비즈

지난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의 제주 영리병원 불허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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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리병원 논의는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영리병원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200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외국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도특별법)’이 의결돼 2006년 국회를 통과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투자개방형병원은 줄곧 논란에 부딪쳐왔다. 2013년 2월 중국의 싼얼병원이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신청했으나, 중국 싼얼병원 대표가 구속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복지부는 같은 해 9월 투자 부적격 등을 이유로 승인을 불허했다. 알고보니 사업자가 함량 미달이고, 신뢰할 수 없었던 셈이다.

녹지국제병원 사태에서 보듯 ‘앞으로 국내 1호 영리병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는 물론 국내에서 외국계 영리병원 1호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이 바뀌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으나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고, 새로운 투자 의향 사업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아예 "(영리병원에 관한) 특별법을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도 말했다.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두고 "뜻밖"이라고 말하며 영리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불가 방침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을 늘릴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진료만으로 운영되는 영리병원이 거두는 경제적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이사장은 "제주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데 누가 거기까지 가서 전액 자비로 치료받겠냐"며 "성형이 아니라면 사실상 내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그 병원에 갈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영리병원이 못 들어온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환자들이 찾는 서울 소재 한 종합병원 소속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명성 있는 미국 명문 의과대학의 부속병원도 아니고, 의료진도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내국인 진료부터 풀어달라는 처사가 당초 사업 계획 당시의 이해타산과 국내 의료관광 실정이 맞지 않은 것을 깨달아 불만을 표출하는 형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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