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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수소차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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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던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 차량 연비 기준은 이미 2015년부터 해마다 약 5% 수준씩 높아져왔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도를 도입했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독일과 인도는 2030년부터 각각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했다. 자동차업계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도 이른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이란 걸 발표했다. 구체적인 목표가 2040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수소자동차 생산 620만 대다. 2040년쯤 가면 한 해에 133만대 정도의 수소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가 되는데, 이 숫자는 지금 우리 자동차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도전적인 목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수소차일까?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수소차에 대한 에너지업계의 시선은 굳이 얘기하자면 다소 회의적이다. 경제성에서 전기차가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구조가 간단하다. 신생기업도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게다가 전력망은 이미 구축돼있다. 추가 투자 없이 대규모 보급을 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수소차를 보급하려면 충전소와 전용 수송관 구축을 비롯해서 새로 인프라부터 깔아야 한다.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훨씬 유리하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이미 내연기관차보다 낫다. 가격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행 비용도 전기차가 더 저렴하다. 물론 지금 단계애서의 비교지만 휘발유차가 1년에 백만 원을 써야한다면 수소차는 70만 원 정도고 전기차는 많이 써야 30만 원 정도다. 물론 앞으로 수소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사실 배출가스가 없다는 점에서는 전기차도 수소차 못지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계적으로는 현재 수소차보다 전기차의 수요가 높다. 자연스럽게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를 선택했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설명하는 수소차를 선택한 이유는 공기정화 기능 때문이다. 실제로 수소차는 배출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오로지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반응할 산소를 외부로부터 얻는데 유입되는 산소가 공기필터를 거치면서 초미세먼지가 사라진다. 자동차가 도로 위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수소를 만드는 공정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어야 하는데 전기는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해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면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수소를 만드는 공정을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있지만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도 경제성 있는 공정은 아직까지 없다.

내놓고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수소차를 선택한 데에는 사실 현대에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기업 투자가 부진한데 현대자동차 그룹이 수소차를 밀겠다면서 지원을 바란다. 정부도 어떻게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 자동차그룹이 수소차에 전력을 쏟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가 가진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최장 주행거리 기록도 보유 중이다. 핵심부품도 부품 수 기준으로 99%가 국산 제품이다. 세계적 수준의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한 현대차로서는 당연히 수소차가 더 매력적이다. 전기차를 만들게 되면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다른 업체 걸로 써야 할 것이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로 수소차가 대중화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동차만이 아니라 연료전지도 세계 시장에 팔 수 있다. 전기차가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전기차는 누구든 쉽게 뛰어들 수 있어 현대차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수소차는 특허가 촘촘히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수소차를 선택했지만 수소차가 더 나은지, 아니면 전기차가 더 나은지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은 아직 없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나 에너지 효율이 어느 쪽이 더 나은 지가 관건이겠지만 답이 내려진 게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기술평가보고서도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수소차도 전기차 만큼 유망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외에도 에너지 저장과 발전용 수소에 주목하기도 한다. 정부는 수소차 만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이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한다.

원래 수소차도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수소연료전지차로 부르는 게 맞다.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이용하면 전기차고,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킬 때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돌리면 수소차다. 이 차이만 빼면 수소차도 전기차의 일종이다. 일부에서는 결국 수소차와 전기차가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수소차는 대중화에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릴 것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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