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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북이 맺은 9·19 군사합의 후속 조치가 올 들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은 올해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사합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었다. 군사공동위에선 서해 평화수역의 정확한 경계선도 정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NLL(서해북방한계선) 인정 여부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군사공동위를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답보 상태는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군사공동위 구성, JSA 자유왕래 진전 없어
남북은 올해 상반기 중 군사공동위원회를 본격 운영하기로 했었다. 남북 군사합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특히 서해 평화수역, 공동어로구역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경계선을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가 동·서해 해상경계선으로 삼고 있는 NLL을 북한이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군사공동위에서 이 구역 경계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NLL 인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4·27 판문점 회담부터 9월 정상회담까지 일관되게 NLL을 인정해왔다"고 했다. 또 군 당국도 "북한이 물리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군은 작년 정상회담 전후로 함정간 교신 등을 통해 자신들이 NLL남쪽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비계선이 경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작년 12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는 "군사공동위의 위원장을 차관(북한 인민무력성 부상)급으로 하고, 분기 1회 정례적인 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군사공동위 구성·운영 합의서' 체결이 지연되면서 군사공동위 구성조차 못한 상태다.
JSA 자유왕래와 관련해서도 남북 군사당국과 유엔사는 늦어도 작년 안에 이를 실현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남·북·유엔사 3자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앞으로 설립될 JSA 공동관리기구에서 유엔사는 빠지라고 주장하면서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자간 협의는 작년 11월 13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5개월간 쌍방 간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 일을 진행해왔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지키기로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며 "군사공동위원회, JSA 자유왕래에 관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협의를 계속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간 교류 더딜 수 있어"
북한이 올해 들어 군사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이유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관계보다 미·북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실제로 군사합의 이행뿐 아니라 3·1절 공동행사나 도로협력 문제도 남북 간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업들이 속도 조절이 되는 감이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서 북한이 그 부분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남북 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제재완화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썬 지금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추거나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우리의 감시정찰 능력을 묶어버렸기 때문에 북한으로썬 현 상황에 만족할 수 있고 급할 것도 없다"며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잘 풀리면 제재완화 뿐 아니라 종전선언, 평화협정,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남측과 구태여 회담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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