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워싱턴 고위 협상 진행 무역전쟁 종전·파국 가를 분수령 체제 차이로 갈등, 해소 가능할까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 둘째)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양측 대표단이 협상장을 나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 혹은 종전으로 향할 지, 아니면 파국으로 치달을 지 여부가 달린 워싱턴 담판이 시작된다.
합의 도출이 유력한 사안과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확인됐다. 문제는 양국 정치·경제 체제의 차이에 기인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협상에 임하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쥐고 있는 선택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적자 감축·지재권 보호 합의 유력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진두지휘하는 미국 측 대표단과 고위급 협상을 시작한다. 중국 기준으로는 22일부터다.
지난 14~15일 베이징 협상에 이어 1주일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다. 협상 시한이 3월 1일인 점을 감안하면 무역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최종 담판의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입을 통해 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추가 협상을 벌일 동력이 사라진다.
양측은 합의 내용을 명문화하기 위해 양해각서(MOU)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기술이전 강요·사이버 절도 △지식재산권 △서비스 △농업 △환율 △비관세 무역장벽 등 6개 분야의 MOU 초안이 작성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측 표현의 차이를 염두에 두더라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중국의 농산물·에너지·반도체 수입 확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 앞서 열린 차관급 협상에서 수입 규모와 시기 등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중국의 지재권 보호 강화와 관련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지재권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양국의 기술 역량 격차를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 등 외국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
◆환율·서비스, 中 양보로 귀결될 듯
중국의 위안화 환율 개입 문제는 협상 막판에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환율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중국 측은 표면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하지 않는다"며 "위안화 환율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환율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협상 타결을 바라는 중국 입장에서 환율 문제는 성역이 아니다. 수위 조절을 통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식으로 타협을 시도할 여지가 있다.
무역 중심에서 벗어나 내수 위주로 경제체질 전환을 꾀하는 상황에서 굳이 환율 조작 의혹을 용인할 필요도 없다.
금융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역시 중국이 미국에 건넬 수 있는 당근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서비스 시장의 문을 더 열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금융시장 추가 개방은 미국이 가장 원하는 사안 중 하나다. 풍부한 자금과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손쉽게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관세 장벽·첨단굴기는 체제·생존 문제
중국은 금융 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정부 보조금 지급 등 민감한 사안은 적절한 선에서 봉합하는 식의 반대급부를 노리고 있다.
보조금 지원 등 비관세 장벽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정당화 논리는 두 가지다. 우선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완전 경쟁은 불가능하다. 공산당 집권 기반과 연계된 사안이라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미국은 선진국,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논리도 자주 등장한다. 개발도상국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중국제조 2025' 등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중국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와 미국을 향한 사이버 해킹 문제도 합의에 난항을 겪을 사안이다. 도덕성과 정당성을 중시하는 중국 공산당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MOU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여부는 시 주석이 얼마나 양보할 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선에서 만족할 지에 달려 있다"며 "미국으로 건너간 류 부총리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이재호 qingqi@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