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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美 그랜드캐니언, 18년간 방사능 물질 방치”…은폐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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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州)에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 그랜드캐니언에서 지난 18여년 간 방사능 물질이 방치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CNN에 따르면,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의 안전·보건 관리자인 엘스턴 스티븐슨은 이메일을 통해 "2000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그랜드캐니언 박물관에 우라늄 물질이 보관돼 있었다"며 "지난해 미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내무부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관광객에게 방사능 노출 위험성을 경고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스티븐슨은 이달 4일 모든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박물관의 은폐 의혹을 폭로했다.

스티븐슨의 주장에 따르면, 19리터짜리 플라스틱 양동이 3개에 담긴 우라늄 물질은 지난 18년 간 국립공원 박물관의 유물보관소에 놓여 있었다. 이 물질은 오래 전 그랜드캐니언 광산에서 채집된 것으로 국립공원 본부 지하에 있다가 2000년 박물관이 개장하면서 건물 내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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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 박물관 직원이 우라늄 물질이 담긴 노란색 플라스틱 양동이를 운반하고 있다. 직원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장갑만 끼고 있는 모습이다. /엘스턴 스티븐슨


지난해 6월 초 이 물질을 발견한 스티븐슨은 즉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조사를 요청했다. 양동이는 뚜껑도 닫히지 않은 채 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우라늄 물질은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금속 용기에 밀봉해 보관한다.

공원 관리자들은 우라늄 물질들을 근처 우라늄 광산에 버리도록 지시했다. 스티븐슨은 당시 직원들이 방사능 관련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정원용 장갑을 끼고 양동이를 운반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은 이후 몇 달 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공원의 직원들과 관광객들의 방사능 노출 가능성을 알릴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이 사실을 폭로했다. OSHA의 조사 결과 우라늄 물질을 비운 양동이는 다시 박물관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AP는 매년 약 550명의 관광객이 사전 예약을 통해 양동이가 있던 유물보관소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 대변인은 양동이가 놓였던 장소는 투어 프로그램에 속한 곳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티븐슨은 특히 이 장소가 박물관의 ‘박제 전시관’과 가까운 거리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박제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이 곳에 오래 머물렀다며 방사능 노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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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 소속 조사관들이 2018년 11월 그랜드캐니언 박물관에서 우라늄 물질이 담겼던 양동이를 발견했다. /CNN


문제가 불거지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내무부, 애리조나주 보건부 등과 함께 이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성명을 통해 "최근 조사 결과 안전기준 수치를 벗어나지 않는 일반적인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됐다"며 "이는 일반 관람객이나 박물관 직원들에게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측은 방사능 노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한 ‘핫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원 대변인은 "관람객과 직원의 안전과 이 의혹에 관한 대응책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나오는 추가 정보를 계속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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