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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종교는 사회 통제할 수 없어…낙태죄 폐지는 ‘안전하게 낳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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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

“법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적도


한겨레

2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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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닙니다. (일부 종교인들은) 신이 아닌데 신의 대리자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의 자캐오 신부(민김종훈)는 2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의 입장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최근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산하 단체인 생명운동본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여성의 죄를 면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시술한 의료진에 대한 처벌은 유지해야한다고 밝힌 입장에 대해서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논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처벌 조항을 유지하는 한 인공임신중절을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여성들 역시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캐오 신부는 낙태죄 폐지 이슈를 ‘생명을 뺏는다’는 식의 관점이 아닌 ‘재생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낙태죄를 비범죄화하는 건, 법적 보호나 사회적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권리’를 포함하는 일이란 설명이다.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단순화된 구도로 낙태죄 폐지 논의를 바라보는 것도 경계했다. “그 구도 너머에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의 홀로 짊어져야 했던 고통과 삶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성공회나 정의평화사제단에서도 아직 통일된 입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2015년께부터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제나 신자들의 의견도 많이 나온다고 했다. 정의평화사제단이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차원에서 오는 5∼6월쯤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토론회나 포럼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의 캠페인·조사담당관 역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지난해 낙태죄를 폐지하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 사람의 윤리나 도덕이 다른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폐지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가톨릭국가 아일랜드에서 ‘낙태죄 폐지’ 가능했던 5가지 이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물론이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보건의료제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윌렌츠는 “아일랜드에선 낙태죄의 비범죄화와 함께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받을 적극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만들라는 운동을 같이 했다”며 낙태죄 폐지 그 이후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법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낙태죄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태아의 생명권이 법적으로 존재한다면, 인공임신중절의 예외적 허용 사유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자체가 위헌이란 점을 지적했다. 시험관 시술을 할 때 임신 8주∼10주에 ‘선택적 유산’을 하는 행위 역시 “인공임신중절 수술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법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이 있다는 걸 전제했을 때 발생하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행 법체계 어느 곳에서도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민법에선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사람이 되고, 형법에서도 출산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논의의 핵심은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죄 자체를 비범죄화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012년과는 달라지길 기대한다. ‘재생산권’에 대한 정의도 결정문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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