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대학들이 이번 'THE 2019 아시아·태평양 대학 평가 순위'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음에도 '톱10'에 진입한 국내 대학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간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대학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막강한 연구 인력과 실적까지 두루 거두며 해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과 함께 10위권 내에 들어가지 못했던 일본 역시 교육 여건과 연구 역량을 높이며 선두권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21일 공개한 2019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대학평가 순위에서 국내 대학 11곳만이 아태 대학 100위권에 들어가는 등 작년(13곳)보다 2곳이 줄었다. 여기엔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KAIST, 포스텍, 고려대, 연세대(서울캠퍼스), UNIST, 경희대, 한양대, GIST, 중앙대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울산대가 101~110위권에, 이화여대·건국대·세종대 등이 111~120위권에 랭크됐다. 그 뒤를 이어 200위권 안에는 부산대 서강대 경북대 영남대 아주대 인하대 전남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등의 대학이 포함됐다.
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태지역 최상위권은 중국과 싱가포르, 호주와 홍콩 대학들이 꿰찼다. 중국 칭화대는 2017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전체 1위를 차지해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작년에 2년 연속 1위를 유지했던 싱가포르국립대는 올해 2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최상위 대학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뒤를 이어 호주의 멜버른대와 홍콩의 홍콩과기대 및 홍콩대가 나란히 3~5위를 기록했다. 6위부터 9위까지는 중국의 베이징대와 싱가포르의 NTU(난양공대), 호주의 호주국립대 및 홍콩의 홍콩중문대가 차지했다. 이 밖에도 일본의 도쿄대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0위로 톱10에 올라탔다.
국내 대학들 입장에선 이번 성적표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THE의 아시아 대학 순위 평가에선 서울대와 KAIST가 9·10위로 상위 10개 대학에 포함됐던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태지역 대학평가 순위 상위 10개 자리는 중국(2개) 싱가포르(2개) 호주(2개) 홍콩(3개) 일본(1개) 등이 독식했다. 상위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지역 대학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등 위세가 등등했다. 유일하게 서울대와 성균관대, KAIST만이 국내 대학 '빅3' 역할을 빛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대학들이 아태지역을 포함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제화' 역량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해외 인지도가 낮을 것이란 평가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학생·교수와 이들의 논문 피인용도 등의 성과가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의 여타 대학들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획처장은 "교육여건과 연구실적 항목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평판 조사에서 선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정석"이라며 "다만 3~4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산학협력의 폭을 해외로 넓혀 개별 대학에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있는 '평가자 풀'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특히 국가 차원에서 세계적인 대학을 국내로 초청해 직접 교류·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수영 기획처장은 "THE 등 관련 평가기관에서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전시회가 있는데 개별 학교 차원에서는 단순 참가만으로도 재정적인 부담이 크다"며 "교육부가 세계적인 대학들과 교류할 수 있는 '대학 박람회'를 열어 국내 대학들의 활동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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