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에서 보험·상호금융으로 가계부채 수요가 넘어가는 '풍선효과' 차단에 나섰지만 지난달 제2금융권 대출이 거꾸로 2조7000억원 늘었다. 2021년 11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불어난 것이다. 대출 억제가 급해진 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연내 부채 관리 계획을 제출할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농협·새마을금고의 대출 취급 실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다.
1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 9월(5조3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은행 대출은 전월 대비 줄었지만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등 서민 급전 수요가 늘어 전체 금융권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제2금융권 중에선 새마을금고가 1조원 늘어나며 빚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여신전문금융사도 9000억원 늘었고 보험(5000억원), 저축은행(4000억원) 역시 대출이 증가하는 속도가 빨랐다. 수협(500억원), 농협(200억원)이 뒤를 이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달 제2금융권 대출 증가액을 1조원 선으로 묶기 위해 잇달아 업계를 소집했다. 하지만 1차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대출 증가선이 뚫리면서 제2금융권을 겨냥해 압박을 강화했다.
당국은 이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올해 안으로 제2금융권에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종전까지 은행권에만 요구했던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 이를 기반으로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부채 증가 폭이 큰 금융사를 겨냥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다. 이날 새마을금고는 다음주부터 집단대출 대환을 한시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이자만 내도 되는 기간)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으면 바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권 처장은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되 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풍선효과가 더 심해지면 제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때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27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입주가 시작돼 가계빚이 늘 것이라는 관측에는 "내년 3월까지 입주 기간이 분산될 것"이라며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정환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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