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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183㎝에 체중 85㎏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36세 남성 이 모씨. 평소 운동을 즐기는 데다 최근 하프마라톤도 완주하는 등 신체활동에 큰 제약이 없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비만'이다. 이씨는 본인이 '뚱뚱하다'는 판정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군살이 늘긴 했지만 내가 비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비만약 위고비 처방 대상자는 아닌데 BMI 기준으론 비만이란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비만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002~2003년 일반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BMI 25 수준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 BMI 25는 한국 기준으로는 '비만'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비만을 판정하는 BMI 기준을 최소 27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기준에 따라 BMI가 18.5~22.9 사이면 '정상', 23~24.9면 '비만 전 단계'(위험체중·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비만 판정 기준을 27로 높이면 키 162㎝·몸무게 70㎏ 여성과 키 178㎝·몸무게 80㎏ 남성도 '뚱뚱'이 아닌 '통통'으로 봐야 한다.
이 기준은 20여 년 전 건강 데이터에 기반해 설정한 것이다. 생활 습관이나 체형이 서구와 비슷해진 만큼 비만 기준도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비만 기준을 한국보다 높게 잡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BMI 28과 27.5를 각각 비만 기준으로 적용한다. 일본 건강검진협회는 남자는 BMI 27.7 이상, 여자는 26.1 이상일 경우 비만으로 본다. 미국 등 서양인의 경우 BMI 30부터 비만에 속한다. 아시아인은 인종적으로 체중이 적은 상태에서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잘 걸린다고 해서 비만 기준을 낮게 잡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발표된 건강보험연구원 결과, BMI 25 구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U'자 형태였다. 이는 BMI 23 구간에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던 20년 전 분석 결과와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관찰 시작 시점 이후 6년 내 사망자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 저체중인 BMI 18.5 미만과 3단계 비만인 BMI 35 이상에선 BMI 25 구간 대비 사망 위험이 각각 1.72배, 1.6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MI 25 이상에서 사망 위험 증가 폭을 살펴보면 BMI 29 구간에서 이전 구간 대비 사망 위험 증가 폭이 2배로 커진 것이 확인됐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과 BMI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BMI가 높아질수록 질병 발생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BMI 25 구간을 비만 기준으로 특정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비만에 대한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는 "그간 체형과 생활습관, 질병 양상이 서구와 유사해지면서 한국인도 이제는 BMI 기준을 손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며 "최근 국내에 출시된 비만약 위고비도 BMI가 30 이상인 성인이거나,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BMI 27 이상인 과체중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체질량 지수(BMI)
인간의 비만도(Body Mass Index)를 나타내는 지수로,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근육량, 유전적 원인, 다른 개인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에도 비만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척도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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