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4000㎞ 열차 이동 관측도
김일성처럼 비행기·열차 혼용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 기차를 타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김 위원장의 동선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 1958년 하노이를 방문했던 김일성 주석처럼 비행기와 기차를 번갈아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공개했을 때만 해도 김 위원장이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참매 1호는 제원상 비행거리가 1만㎞에 달해 평양에서 2760㎞ 떨어진 하노이까지 4~5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지대인 랑선성 동당역을 찾아 안전·보안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차 이용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김 위원장 전용열차의 속도(시속 60㎞)를 고려하면 평양에서 동당역까지 4000㎞를 이동할 경우 사흘 가까이 걸린다.
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중국을 거쳐 베트남에 들어가는 것은 기술적으론 가능하다. 평양~베이징~하노이로 이어지는 철도는 같은 궤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움직이는 동안 중국의 철도망이 엄청난 혼잡에 빠질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도 2월부터 3월 초까지는 춘제 등으로 철도 이용량이 급증한다. 김 위원장이 기차를 이용해 베트남을 방문한다면 중국이 이런 현실적 난관을 무릅쓸 정도로 김 위원장을 배려했음을 의미한다.
기차 이동설이 나오면서 김일성 주석의 평양~하노이 이동경로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1.29∼12.1일 첫 베트남 공식 방문 때 평양에서 열차로 베이징까지 이동한 뒤 베이징에서 베트남까지는 중국에서 내준 항공기를 이용했다. 당시 열차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김일성 주석은 저우언라이 총리와 함께 중국 항공기로 무안으로 날아가 마오쩌둥 주석을 만났다. 당시 마오 주석은 중국 공산당 회의 참석차 무안에 머물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은 마오 주석를 만난 뒤 다시 중국 항공기로 광저우로 날아가 주변을 둘러보고, 역시 중국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60년 전 김일성 주석의 여정을 재현함으로써 북한과 중국·베트남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할 수 있다. 김창선 부장이 지난 16일 베트남으로 들어갈 때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하노이로 곧장 가지 않고, 광저우를 거쳤던 것도 이런 경로를 암시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오가는 길에 중국을 방문해 5차 북-중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동선을 추측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김 위원장은 27~28일 북-미 정상회담 뒤 28일 오후부터 베트남 주석과의 만찬, 회담, 호찌민묘 방문 등 필수 일정만 소화하고, 3월1일 낮에 떠나는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3월3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기간에 들어간다. 한 당국자는 “북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확정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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