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 폐기 비용 140억~246억
노심 훨씬 커 돈 더 많이 들 전망
비슷한 재처리시설 해체에 1.8조
우라늄 농축시설은 검증이 어려워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구체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며 영변 핵시설의 폐기 및 검증 과정과 소요 비용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열린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 정책토론회에서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우라늄 광산, 우라늄 정련시설, 핵연료 생산시설, 원자로,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핵무기 개발시설도 모두 폐기해야 하는데 특히 5㎿e(메가와트) 흑연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의 폐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시설들에 비해 방사성 물질 오염도가 높아, 제염-해체까지는 처리 비용도 많이 들고 기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동결 및 불능화 단계를 거쳤던 5㎿e 원자로 해체를 위해서는 일단 운전 정지 뒤 영구불능화 조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원자로 ‘영구불능화’ 방법으로는 전체에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에서부터 제어봉 자리에만 붓는 방식, 노심 안에 붕소 분말을 넣어 핵분열 반응을 막아 기능을 마비시키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 과정은 수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한다.
안 전 연구원은 국제기준에 따르면 5㎿e 원자로 폐기 비용은 1250만~2350만달러(140억~264억원)로 추산되나, 이 원자로의 경우 노심의 크기가 발전용량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재처리시설을 해체하는 데는 더 큰 비용이 드는데, 영변 재처리시설과 비슷한 규모였던 독일 카를스루에 연구용 재처리시설 해체에는 16억달러(1조8천억원)가 들었다고 한다. 해체 기간은 22년이 걸렸다.
2010년 11월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등에게 공개된 뒤 국제사회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는 5㎿e 원자로에 비해 수월한 작업으로 알려졌다. 방사성이 강하지 않아 원심분리기를 잘라 파괴하거나 국외 반출하는 방법이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필수적으로 꼽히는 게 검증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라늄 채광량부터 파악해 정련, 산화 및 사불화 우라늄과 육불화 우라늄 생산량, 원자로 운영 이력까지 자세히 알아야만 핵물질·핵탄두 생산량을 알 수 있다”며 “영변 시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플루토늄 추출량은 흑연로의 불순물 동위원소 비율 등 측정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으나,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검증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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