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던 정부가 처음으로 자료를 발표했다. 야당으로부터 "실태 조사 결과를 은폐하려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은 지 4개월 만이다. 조사는 약 1만명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6일 소상공인의 실태 및 경영 현황 등을 조사한 '2018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 조사 시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의 76.4%가 "최저임금이 높다"고 응답했다.
특히 숙박·음식업 소상공인은 83.5%가 최저임금이 높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이 높다고 답한 소상공인은 7.5%에 불과했고, 숙박·음식업 분야에서도 10%만이 높다고 답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 비중이 3년 사이에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이 실시했다. 소상공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부담감이 국가 통계 기관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기부는 야당으로부터 "2015~2017년 조사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질타를 받았다. 당시 중기부는 "조사 결과에 오류가 발견돼서"라고 해명했다. 통계청 경제 총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소상공인의 매출과 수익이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오류가 있다는 소상공인의 매출·수익 부분과는 무관한 최저임금 부분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일부 결과에 오류 있다는 핑계로 핵심적 내용을 숨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2015~2017년 소상공인 실태 조사 자료를 공개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서랍 속에 묻어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2015~2017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소상공인들의 매출·수익 등 핵심적인 부분의 오류 때문"이며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 마당에 일부 내용은 공개하고 일부는 비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