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 발표… 또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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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결정 기준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초안에는 이 기준을 포함했는데, 노동계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경영계는 “개편 취지 자체가 퇴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두고는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도 정부의 영향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정부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혀 정부 의도대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기업의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개편안 초안에 담은 핵심 기준을 노동계 반발에 철회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상황(경제성장률 등)은 애초 계획대로 최저임금 결정 시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초안에 담은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방안을 그대로 최종안에 반영했다.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면 노사 및 공익위원이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을 정하는 위원을 선정할 때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반대하는 인사를 배제하고,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공익위원은 국회가 정부보다 더 많이 추천하도록 했다.
○ 노동계 반발에 초안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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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에선 그동안 노사 간 핵심 쟁점이던 최저임금 결정 시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빠졌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 기준에 포함해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우선적으로 반영할 결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5%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꼽았다. ‘임금 수준’(54.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결국 최종안에서 이를 제외한 것이다.
노동계는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난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 시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는 데 강하게 반대해왔다. 결국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으로 ‘뿔’이 난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초안보다 후퇴한 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기업의 지불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경영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제외한 것은 결정체계 개편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문성을 가진 위원이 최저임금 결정 시 노사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경제지표를 얼마나 균형감 있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입김은 여전히 막강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정부가 초안에서 제시한 대로 ‘이원화 방안’이 추진된다. 먼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면 노사 및 공익위원 21명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원은 노사정이 5명씩 추천한 뒤 노동계와 경영계 대표들이 상대 추천 인사 중 3명씩을 배제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정부 추천 5명과 노동계 추천 2명, 경영계 추천 2명이 구간설정위를 구성하는 셈이다. 결정위원회의 공익위원 7명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초안은 정부가 4명, 국회가 3명이었지만 정부 개입을 줄이고 국회 추천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편하더라도 정부의 영향력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대로 입법화하면 구간설정위원 9명 중 5명이 정부 추천 인사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상·하한선이 정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 역시 공익위원 7명 중 최소 4명(정부 추천 3명, 여당 추천 최소 1명)이 여권 몫이어서 노사가 대립할 경우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구조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라리 프랑스나 독일처럼 경제성장률과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는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만들어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3월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부터 새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2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를 만나 정부안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아 조기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자체를 늦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업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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