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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여성 건강 ②]감정노동 경험한 서비스직 여성, 우울증 발병 위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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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 교수, 감정노동이 우울증상에 미치는 영향 분석

-감정노동 경험한 여성 우울증상 경험할 위험 2배 높아

-남성은 직무 자율성 갖는 환경이라면 위험 증가하지 않아

헤럴드경제

[사진설명=서비스/판매직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는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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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10년째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모씨는 최근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가 생기면서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오랜 준비 끝에 얻어낸 원하던 직업이었지만 일을 하면서 겪게 된 감정노동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너무나 무례한 승객을 만나 마음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그 때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여러가지 감정이 들면서 ‘내가 이러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으로 우울한 기분이다.

감정노동을 자주 경험하는 서비스 및 판매직 근로자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 근로자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 연구팀 한규만, 한창수 교수는 국내 서비스/판매직 근로자에서 감정노동 경험의 유무가 우울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제4기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서비스 및 판매직 근로자에서의 감정노동과 우울 증상: 성별 및 직무 자율성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19세 이상 성인 서비스/판매직 근로자 2055명 (여성 1236명, 남성 819명)을 대상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우울증상(일상생활에 지장을 일으킬만한 수준으로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해 봤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판매직 근로자의 13.9%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우울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감정노동 여부는 직업 환경을 묻는 설문지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한 근로자를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것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전체 근로자의 42.8%에 해당하는 879명이 감정노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을 경험한 근로자 중 18.5%에서 우울증상을 경험한 반면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 중에서는 10.4%만이 우울증상을 경험했다.

특히 성별에 따른 분석에서는 감정노동을 경험한 여성 근로자는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에 비해 우울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19배나 증가했다. 반면 남성 근로자의 경우 감정노동 여부가 우울증상의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감정노동이 우울증상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이다. 감정노동은 여성과 남성 근로자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위험을 각각 6.45배, 6.28배 증가시켰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40~50대 여성들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해 가정 내 문제, 경제적 손실, 폐경기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과 같은 것까지 더해지면 우울증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과의 상호작용을 살펴본 결과 남성 노동자의 경우 감정노동을 경험한 동시에 직무 자율성이 낮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만 우울증상의 위험이 2.85배 증가했다. 반면 감정노동을 경험했지만 높은 직무 자율성을 갖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라면 우울증상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여성의 경우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 간의 상호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높은 직무 자율성이 우울증상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감정노동이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며 특히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여성 근로자에서 우울증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결론 내렸다.

한창수 교수는 “연구 결과는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판매직 근로자들이 경험하는 감정노동이 우울증상의 위험을 명백히 높인다는 점을 시사하며 특히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우울증 발생의 위험으로부터 취약함을 말해준다”며 “기업이나 정신 보건 정책 입안자들은 서비스 및 판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 경험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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