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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꼴찌의 반란` LG유플러스 실사구시 전략-화웨이·넷플릭스·네이버…손잡고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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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에서 요즘 가장 핫한 기업은 ‘만년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다.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로부터 장비를 공급받기로 하는가 하면 역시 유일하게 미국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제휴를 맺었다. AI(인공지능) 스피커 부문에서는 자체 엔진을 개발한 SK텔레콤, KT와 달리 네이버와의 동맹으로 갈음했다. LG유플러스 스마트홈 서비스에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CJ헬로 경영권을 인수, 통신업계에 M&A(인수합병) 열풍을 선도했다. 모두 업계 유일 또는 최초의 행보다.

특기할 점은 이통 3사 중 최근 1년 기준 주가수익률이 LG유플러스가 가장 높다는 것. 업계 상식을 깨는 이색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결국 시장은 LG유플러스에 우려보다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LG유플러스가 업종과 국적을 넘나드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제휴·M&A 전략으로 통신업계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위)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AI 스피커 등 인공지능 서비스 부문에서 제휴 전략을 선택했다. (아래) LG유플러스는 업계 안팎 우려에도 꿋꿋이 화웨이와의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저가 스마트폰 ‘Y6’를 국내에 단독 소개하는 모습. <사진 : 김재훈 기자, LG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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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없는 제휴 그리고 동맹

▷경쟁자도 포식자도 모두 손잡다

LG유플러스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파격의 연속이다.

첫째, 미국 정부의 보안 우려에도 줄곧 화웨이로부터 통신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간 통신업체인 화웨이가 중국 정부에서 요구하면 언제든 통신 관련 정보를 넘겨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녹화·녹음·네트워킹 장비를 미 연방정부 등 공공기관에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고, 동맹국에도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규제 산업인 통신 시장에서 이통 3사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당연히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눈치도 안 볼 수 없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5G(5세대)는 물론, 4G 초기인 2013년부터 무선 서비스에 화웨이 장비를 써왔다. 화웨이 장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양 사 밀월관계는 갈수록 깊어졌다. 2014년에는 이통 3사 중 최초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여왔다. 2017년 2월에는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화웨이 부스에서 특별 강연을 했고, 같은 해 5월에는 화웨이 총괄고문(Chief Advisor)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도 “화웨이 장비에 대해 이상이 없다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행보는 지난해 말 미중 무역분쟁이 최고조에 달하며 업계 안팎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봉합되고 있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의 닉 리드 CEO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으면 유럽은 차세대 이동통신인 5세대 통신에서 2년 이상 뒤처질 수도 있다”며 화웨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선진 기술의 진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이기기를 원한다”며 유화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도 우직하게 화웨이와 협력해온 LG유플러스의 입지가 넓어지게 된 셈이다.

넷플릭스와의 단독 콘텐츠 제휴도 업계를 놀라게 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딜라이브, CJ헬로 등 다른 국내 미디어 업체와 제휴를 맺었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또 콘텐츠 업체와 플랫폼 업체의 수익배분 비율이 보통 5:5 또는 6:4인 반면 넷플릭스는 9:1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과의 제휴가 ‘콘텐츠 종속’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공식 입장을 빌리면 “10%보다는 많이 배분받는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계약”했을뿐더러 다른 이통사와 제휴하지 않겠다는 ‘독점 공급’ 조건도 끼워넣었다.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 3위 사업자라는 비교 열위에도 나름 성공적인 협상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에 놀란 SK텔레콤은 곧바로 지상파 3사가 운영하는 ‘푹(pooq)’과 자사 OTT 서비스 ‘옥수수’ 통합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그뿐인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결정을 이끌어냈다. 즉, 이통 3사 중 막내인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의 M&A 전쟁을 주도하며 판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2위 사업자인 KT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합산규제에 묶여 M&A를 통한 점유율 확대가 제한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KT는 지난해 지니뮤직이 엠넷닷컴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 다음으로 중요한 음원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체인저’ LG유플러스 득실은

▷주가·실적 ‘활짝’…내재화 부족 우려도

LG유플러스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만년 3위 사업자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3사 중 가장 높은 주가수익률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도 LG유플러스가 가장 높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상승 효과 덕분이다. 현재까지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이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시, 더 이상 3위가 아니다!’ 보고서에서 “CJ헬로 인수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402만명(점유율 11.9%)에서 824만명(24.6%)으로 확대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지게 됐다. 이는 PP(콘텐츠 공급사)와의 협상에 있어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또한 콘텐츠 강자인 CJ그룹과의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이며, CJ그룹의 OTT ‘티빙’과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발표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은 한마디로 ‘실사구시’다. 외부 시선이나 우려가 어떻든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가입자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는 업계 3위로서 판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기도 하다”고 말했다.

단, 무차별적인 제휴 전략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 경쟁력을 회사가 내재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서비스 고도화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AI 스피커, 미디어 등 핵심 서비스 부문에서 기술이나 콘텐츠를 내재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휴한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미디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통 3사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등이 서로 경쟁하며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네이버와의 제휴가 언제 깨질지 모른다. LG유플러스가 경쟁력을 내재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휴업체가 수익 배분율 조정을 요구하거나 제휴관계를 끝낼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8호 (2019.03.06~2019.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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