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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신한카드 빅데이터로 들여다본 `뉴포티` | 온라인으로 장보고 휴일엔 넷플릭스 더 이상 꼰대 아냐…‘새마흔’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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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딸 하나, 5살 아들 하나를 둔 직장인 김동현 씨(40). 회사를 다녀오자마자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어린이집에 갔던 둘째 아들을 하원시키고 다음 날 첫째 딸 초등학교 준비물을 위해 새벽배송 주문하느라 모바일 쇼핑을 하며 퇴근 후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잠에 빠져든 오후 9시 즈음. 마침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스마트 TV를 켠다. 넷플릭스에 접속해 최근 보다 만 ‘킹덤’ 시리즈를 보면서 역시 모바일 쇼핑으로 주문한 프랑스산 치즈에 와인을 곁들이며 남은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이 마흔 언저리. 출생연도로 보면 1978년생부터 1980년생에 이르는 이들의 흔한 풍속도다. 세대상으로는 저항의 X세대 마지막이자 디지털에 익숙한 Y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점에 속해 있다. 40대 하면 중년으로 분류된다지만 이들의 행보는 좀 다르다. 새로운 기술이나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면서 기성세대로의 진입보다는 본인들이 만들어낸 젊은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손잡고 새로운 40대, 즉 ‘뉴포티’의 소비문화와 트렌드를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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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포티’인가?

▷국내 소비 트렌드 바로미터

뉴포티가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임금소득이 생애 최대 구간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1인당 카드 결제액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신한카드 연구소에 따르면 1979년생, 즉 만 40세의 1인당 카드 사용액은 월평균 97만원으로 전 세대에 걸쳐 가장 높다.

‘X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 1968~ 1974년생)’와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 사이 낀 세대인 ‘뉴포티’는 상대적으로 이들만 콕 집어 연구한 사례가 적었다. 신한카드 연구소는 뉴포티를, 출생 시점에 일시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베이비에코’ 세대로서 따로 떼놓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세대라 소개하기도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불황 연구를 할 때 가장 눈여겨본 부분이 불황에 접어들 시점의 40대 소비 행태였다. 당시 이들은 줄어든 소득, 떨어진 경제활력 탓에 생활 속에서 ‘절약’을 체화하면서 전체적인 소비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지금의 대한민국 40대 소비 행태를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카드 빅데이터 분석은 1978년생부터 1980년생, 즉 만 39세부터 41세의 2018년 카드 결제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5년 전인 2013년 당시의 동일 연령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40대 아닌 다른 연령대 대비 두드러진 차이는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체 연령대 2018년 결제액과 2013년 데이터도 살폈다. 분석 대상이 된 데이터는 절대 결제액수 기준이 아니라 ‘분야별 결제 비중’이다. 전체 결제액을 100으로 보고 각 분야 결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했다. 과거보다 신용카드 결제가 대중화되면서 절대 결제액과 결제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단순 결제액 증감으로는 유의미한 분석이 어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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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비중으로 본 40세 쇼핑 트렌드

▷생필품은 온라인, 브랜드는 오프라인

요즘 뉴포티는 어디에 돈을 쓸까.

이른바 ‘새마흔’이 5년 전 마흔과 비교해 가장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단연 쇼핑이다. 2013년 32%였던 뉴포티 쇼핑 결제 비중은 4.8%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36.8%를 기록했다. 즉, 다른 부분의 카드 결제액을 줄이고 제품 구입 비중을 더 늘렸다는 얘기다. 전체 연령대 증가폭(3.3%포인트)과 비교해도 뉴포티가 많이 늘어난 편이다.

비중 증대 자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쇼핑 행태의 변화다. 온라인 쇼핑 결제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5년 전 5.8%에서 지난해 12%까지 비중을 늘렸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어난 것은 물론 뉴포티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증가폭은 40세(6.2%포인트)보다 적은 4%포인트에 그쳤다. 세대 간 비중 차이가 2%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결제 분야는 온라인 쇼핑이 유일하다.

반면 오프라인 쇼핑은 5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줄었다. 편의점(1.6%포인트)을 비롯해 IT·가전(0.6%포인트), 복합쇼핑몰(0.4%포인트)에서는 결제 비중을 소폭 늘렸지만 나머지 대부분 쇼핑 분야에서는 비중이 축소됐다. 대형마트 결제 비중은 2.8%포인트, 할인점·슈퍼마켓은 1%포인트를 줄였다. TV 홈쇼핑도 1.4%포인트나 감소했다. 생필품을 비롯한 저가 쇼핑이 주로 이뤄지는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고액 결제가 많은 백화점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 결제 비중이 0.3%포인트 줄어든 것과 달리 같은 기간 뉴포티의 백화점 결제 비중은 오히려 0.2%포인트 늘었다. 값비싼 브랜드 제품이나 명품을 살 때 뉴포티는 다른 연령대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비싼 소비=오프라인, 저렴한 소비=온라인’이라는 뉴포티 카드 결제 공식은 요즘 핫한 홈인테리어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중고품 판매점 결제액이 5년 전 대비 47% 감소했다. 전체 연령대에서는 되레 34% 늘어난 것과는 딴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싼 주요 브랜드 가구점에서의 카드 결제는 늘었다. 5년 전 대비 407% 늘어나 전체 연령대 증가율(325%)을 훌쩍 상회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생필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디지털 소비의 전형적인 특징이 다른 연령대보다 40세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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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0세는 ‘디지로그’ 세대다. 디지털 적응력이 높은 반면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동시에 품고 있다. OTT와 만화카페 결제 비중이 모두 높게 나타나는 배경이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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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뭐하고 놀까? 관심사 大이동

▷골프·스키 줄이고 야구·낚시 ‘활짝’

반면 결제 비중이 5년 전보다 줄어든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게 엔터테인먼트, 즉 ‘즐기기 위한 소비’다. 5년 전 대비 결제 비중이 0.8%포인트 줄었다. 전체 연령대(0.3%포인트)와 비교해도 더 많이 줄었다. 항공·숙박·투어 등 여행 관련 결제 비중은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레저·스포츠(-1.1%포인트)와 문화·예술·공연(-0.4%포인트)에서의 비중 축소가 영향을 끼쳤다. 주 52시간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이라지만 레저·스포츠 결제가 줄어든 점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어떤 레포츠가 부진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5년 전 대비 결제액과 결제 건수 증감률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전체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뉴포티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바로 ‘골프의 부진’이다. 40세의 실내골프장과 실외골프장 결제액이 5년 전 대비 각각 29%씩 감소했다. 반면 전체 연령대에서는 두 부문 모두 오히려 4%, 11% 늘어났다. 뉴포티가 유독 골프장 카드 결제를 줄였다는 얘기가 된다. 골프와 함께 전통의 레저·스포츠로 꼽히는 ‘스키’ 인기도 시들해졌다. 5년 전 대비 결제액이 53%나 급감했다. 뉴포티의 레저·스포츠 관심사가 스키·골프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갔다는 추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맞벌이 부부로 아이 하나를 키우는 1979년생 직장인 A씨는 “출산 전 매주 즐기던 골프를 요즘에는 포기하다시피 했다. 금전이 아니라 시간 부족 문제다. 공동 육아에 치여 살다 보니 골프는커녕 집 앞 헬스장 한번 가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년 동안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실내 야구연습장’이다. 2013년부터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한 ‘스크린야구’ 매장이 인기를 견인한 모습이다. 5년 전보다 결제액이 1200%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낚시’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제액수가 5년 전 대비 510%, 결제 건수는 636% 증가했다. 실내 야구연습장과 낚시 두 분야 모두 전체 연령대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탁구장(69%), 수영장(63%), 볼링장(215%) 결제액도 늘었지만 다른 연령대 증가율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았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레저·스포츠 등 이른바 ‘휴미락’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 양상이 뉴포티에게도 나타난다. 소모되는 돈과 시간을 꼼꼼히 따져보고 타산이 맞지 않으면 다른 종목을 찾아 나선다. 골프 등 운동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즐길거리 레포츠가 대중화되면서 골프나 스키 등 정통 레저에 대한 인식이 줄어든 것 같다. 특히 요즘 뉴포티는 스크린야구처럼 새롭게 등장한 레포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 나선다는 게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에 불어오는 ‘새마흔 운동’

▷아날로그 향수도 함께 느끼는 ‘변종’

뉴포티는 이른바 ‘디지로그’ 세대 대표주자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경계에 있는 ‘낀 세대’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특징을 함께 갖는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고 아날로그 소비에 치중하던 기존 40세와는 다른 뉴 제너레이션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에서도 디지로그 세대 특유의 혼재된 소비 패턴이 잘 드러났다.

디지털 영역에 있어 뉴포티는 더 이상 소외 계층이 아니다. 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뉴포티는 디지털 ‘변방’이라기보다 관련 소비를 늘리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디지털 세대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은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40세를 기점으로 유튜브레드, 넷플릭스 등 OTT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양상이 포착됐다. 신한카드가 1959년생부터 1999년생까지 51개 연령대를 대상으로 최근 1년간 OTT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다. 1979년생이 OTT 시장 전체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다. OTT 주 소비층인 1990년대생 평균(4.1%)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2% 미만 비율을 보인 1979년 이전 출생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결제 증가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1979년생은 2017년 같은 나이 대비 결제 비중을 0.5%포인트 늘렸다. 비중 증가가 0.5%포인트 이상인 세대는 1979년생이 처음이다. 즉, 1959년생부터 1978년생까지는 비중 증가가 미미하다.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1974년생(-0.4%포인트)과 1976년생(-0.2%포인트)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결제 비중을 줄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1979년생은 OTT 유료 서비스에 반응한 유일한 40대다. 젊은 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제하는 ‘앱카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지금 40세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변화를 경험한 세대인 만큼 20대와 비슷한 수준의 디지털 수용력을 보인다”고 답했다.

뉴포티 특징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 높은 관심을 표출하는 나이라는 점이다. PC방에서 이제는 고전 게임이 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 시작했던 첫 세대로 PC와 모바일 게임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는 세대다. 이제는 부모가 됐지만 자녀에게 고가 닌텐도 스위치를 선물하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당연히 게임 유료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도 기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덜하다. 신한카드가 넥슨, 넷마블, 닌텐도, 블리자드, 스팀 등 게임 서비스 내 유료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1979년생을 기점으로 이용이 증가하는 양상이 보인다. 1979년생 게임 결제 고객 비중은 전체 2.3%를 기록했다. 1%대에 머무는 1979년생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결제 비중이 높은 1994년생(5%)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6년 무렵 등장한 신규 업종인 ‘만화카페’에 열광한다는 점도 40세만의 특징이다. 만화카페는 젊은 세대의 데이트와 놀이장소로서 20대가 메인 고객이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30대 후반 이후 고객 이용 비중이 증가했다. 39~41세 이용 고객 비중이 3%에서 5%로 2년 만에 2%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메인 소비층이었던 20대 고객은 23~25세에서 4%포인트 감소, 26~28세에서는 전혀 증가하지 않는 등 인기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1979~1980년 이전 출생자들이 청소년 시절 만화방과 PC방을 떠올리며 자녀와 함께 과거 향수를 충족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특히 만화카페는 시간이 지날수록 뉴포티 이용 비중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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