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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탈리아서 51명 태운 스쿨버스 납치·방화…"난민 정책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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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이민자 출신의 버스 운전기사가 난민정책에 불만을 품고 51명이 탑승한 스쿨버스를 납치해 불을 질렀다고 안사(ANSA)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한 학생의 기지로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에서 버스운전기사 우세이누 사이(47)는 학생 51명과 지도교사 2명을 태우고 학교에서 체육관으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밀라노 리나테 공항으로 방향을 바꿔 달렸다.

조선일보

2019년 3월 20일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 지역에서 이민자 출신 버스 운전사가 스쿨버스를 납치해 방화를 시도했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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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운전 중 칼로 교사들을 위협하며 끈으로 학생들을 결박하라고 명령했다. 교사들은 범인의 눈치를 살피며 느슨하게 학생들의 손과 발을 묶었다. 학생들이 갖고 있던 휴대폰도 범인에 손에 들어갔다. 범인은 "오늘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소리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범인의 납치 계획은 한 학생이 발휘한 기지 덕분에 중단됐다. 범인이 미처 수거하지 못한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걸 발견한 학생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버스의 위치를 파악해 도로 가운데 차단막을 설치했고 범인은 결국 운행을 멈췄다.

그러나 범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버스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것이다. 버스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지만 경찰이 창문을 깨고 빠르게 구출 작전에 나선 덕분에 부상자 없이 모든 탑승자를 구출했다.

범인은 2004년 이탈리아 국적을 얻은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정부의 난민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한 학생은 "그는 이탈리아에 오려다 바다에 빠져 사망한 자신의 딸을 위해 복수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범인은 자살을 통해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죽음을 막길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본국에 들어오는 난민 수를 줄이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오는 구조선의 입항을 차단해왔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297명의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익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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