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TF씨네리뷰] '생일', 담담해서 더 아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영화 '생일'은 4월3일 개봉한다. /NEW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일' 4월3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신발장 앞 현관 등 센서가 켜진다. 분명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온 것만 같다. 혹시나 집 나갔다 돌아오지 않은 아들이 아닐까 하고 한 번 더 시선을 둔다. 하지만 그곳에는 기척 없는 적막만 맴돈다. 그리고 엄마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수호야."

'생일'은 세월호 소재를 극영화로 담아 제작부터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다. 아울러 배우 설경구, 전도연까지도 출연을 망설였던 작품으로,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월호를 영화 소재로 다루기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었고, 자칫했다간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서다.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 중 한 가족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 한 가족의 이야기를 유가족 전체 모습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종언 감독은 여러 가족의 이야기도 덧붙여 보여주며 우려의 시선을 벗겨냈다.

더팩트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16일. 그 날의 사고 이후 아이들을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생일' 스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사고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은 가슴이 아프다 못해 미어진다. 이 감독은 그들의 모습을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한 가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이후로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 유가족들의 유대감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 또 유가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모습 등이 영화에서 표현된 장면들이다.

특히 '생일'에 등장하는 유가족의 모습은 현실적이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성인이 된 걸 축하하기 위해 맥주와 치킨 등 이것저것을 준비하고 하하 호호 웃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망함에 눈물을 흘린다. 애써 웃고, 애써 울음을 참는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에 스며든다.

더팩트

주연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 역을 맡았다. /'생일' 스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일'은 일상의 모습을 담담한 기조로 담아내면서 영화의 거북함을 걷어냈다. 누군가의 '아픔'을 그저 영화의 '소재'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이 감독이 '생일'을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주연인 전도연과 설경구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다. 이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 속 배역을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다. 두 사람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특히 영화 말미 30여 분의 롱테이크 장면에서는 그들의 연륜이 제대로 드러난다. 시시각각 바뀌는 눈빛, 표정, 긴 시간 오열장면에선 눈시울이 절로 붉어진다.

'생일'은 오는 4월3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20분. 전체 관람가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