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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오래 전 ‘이날’]3월26일 고 장자연씨 죽음의 이유, 이번에는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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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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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문건’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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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26일 ‘고 장자연씨 죽음의 이유, 이번에는 밝혀질까?’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사건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사건의 목격자 윤지오씨의 용기 있는 고백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진실을 모른 체 끝날 뻔했습니다. 2009년 3월7일 이제는 그 용도도 의문이 된 문서를 남기고 사망한 고 장자연씨 이야기입니다.

다행히도 장자연씨의 억울한 사연은 이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버닝썬’, ‘김학의’ 사건과 함께 장자연씨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주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해당 사건에 검찰, 경찰 조직의 명운이 걸렸다는 말도 나옵니다.

▶관련기사-문 대통령,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 철저수사 지시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윤씨 외에 또 다른 목격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누구 하나 ‘증언’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인,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이 이렇게 힘든가라는 자조도 나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10년 전 장자연씨 사건의 수사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어떻게 수사됐고, 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 사소한 것 하나 놓치면 안 됩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 중 장자연씨 사건 수사 기사를 다시 보여드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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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은 ‘장자연씨 자살 전 누군가에 팩스’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장자연씨는 자살하기 3~4일 전 성남시 분당 자택 인근의 부동산업소에서 누군가에게 여러 장의 문서를 팩스로 보내려 했다고 나옵니다. 당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장씨가 이달 초 사무실을 찾아와 여권을 복사해 팩시밀리를 통해 전송한 뒤,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문서 6~7장을 보내려다 전송이 안돼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후 경찰은 “장자연씨가 보내려던 팩스는 ‘출연료 문제’ 때문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내용과 함께 이 기사에는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은 장씨가 자살하기 직전 모 일본 항공사에 40초 정도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인데요.

이 보도와 윤씨의 “문서가 목차처럼 나열이 되어 있었고.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지장까지 찍혀 있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사인”이라는 발언을 종합하면 문건의 성격과 죽음에 대한 의혹이 생기기도 합니다.

유서를 쓰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출연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거나 죽음 직전에 일본 항공사에 전화를 하는 등의 행위는 어딘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만약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압도적 절망감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절망감의 원인이 뭐였느냐 하는 측면 역시 다시 밝혀져야 합니다. 해당 문건을 ‘유서’라고 단정해 버린 순간 문건 작성과 관련된 인물들이 보이지 않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경찰은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남자와 관련해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 일부도 확보했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물증이 무엇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경찰은 물증을 확보하고 장자연씨의 문건을 받은 유씨를 조사했지만 결론은 해당 문건에 이름을 올린 유력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장자연씨의 죽음은 의혹만 남긴 채 10년을 묻혀 버리게 됐는데요. 대체 이 ‘유력자’들은 누구이고 얼마나 힘이 있길래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들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기사도 이날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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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사건이 불거진 20일만에 처음으로 논평을 냈다는 기사입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지적에 당시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전에 장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도 있었지만 ‘정당에서 연예계 문제까지 논평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당내 의견이 제기되면서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장자연씨 사건을 ‘권력형 범죄’로 규정한 민주노동과 진보신당은 연일 문제를 제기했고,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경찰의 늑장 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왜 이렇게 늦었을까요?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적을 남깁니다.

그 내용은 “노 대변인이 논평에서 ‘수사당국이 유력 일간지 대표 등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의 영향력 때문인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 대로, 민주당이 유력 일간지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입니다. 해당 유력 일간지가 ‘조선일보’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윤씨는 장자연씨가 작성한 문건에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등의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미 알려졌던 내용에 ‘이름이 독특한 정치인’까지 추가되며 유력인사들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됐는데요. 10년 전처럼 수사만 하다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0년 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자연씨의 억울한 사연. 이번에야말로 그 이유를 제대로 밝히고, 관련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경향신문도 보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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