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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위헌이냐 헌법불합치냐…낙태‘죄’ 꼬리 떼기 ‘6’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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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오늘 위헌 여부 선고…눈 쏠린 시민사회

낙태(임신중절)는 66년 만에 ‘죄’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11일 판결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관심이 헌재에 쏠리고 있다. 낙태에 대한 시민들과 헌법재판관들의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기대가 높다.

10일 여성계와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헌법재판관들의 낙태죄 관련 인식은 이전과 달리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져 낙태폐지론 측에서는 위헌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헌재 심판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의사가 임신한 여성을 낙태하게 한 경우를 벌금·징역 등으로 처벌하게끔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을 대상으로 한다. 즉 국가가 임신중절을 선택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판결을 위해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거쳤으며 관계부처로부터 의견서를 수렴했다.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여성계 등에서도 각각 헌재에 입장문과 근거자료를 제출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판단 땐 사라져

법 제정 66년 만에…자기결정권 예외 인정 전망 우세

임신중절 허용 범위 논의는 남아…또 합헌 땐 논쟁 가열


결과는 숫자 ‘6’에 달렸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낙태를 죄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향후 ‘낙태죄’라는 말은 사라질 수도 있다. 2012년 헌재는 4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7년 만에 헌재의 입장이 바뀔지 관건이다. 낙태죄는 1953년 제정된 이래 유지돼왔다.

낙태는 어느 사회에서나 오래도록 지속돼 온 첨예한 이슈지만, 한국에선 지난 몇 년 사이 페미니즘 부흥기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직접 당사자인 여성들의 주도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검은 옷 시위, 헌재 앞 1인 시위 등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신 초기의 낙태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일정 기한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구체적인 내용은 헌재 판결의 주문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경우를 입법 영역에 맡길 가능성이 있다. 현재 관련법은 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에만 임신중절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임신 24주 이후에는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과거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대체적으로 임신 초기까지는 임신중절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 한국에서도 임신 주수에 따른 임신중절 허용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헌재 선고가 낙태죄 논쟁의 종지부가 아닌 셈이다. 선고 이후에도 어느 경우에 어떤 방법에 한해서 임신중절을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또다시 합헌 결정이 나더라도 사회적 논의는 더 불붙을 수밖에 없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는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도 “낙태죄 폐지 이후 생명과 윤리, 제도를 넘어서 모두의 권리에 대해 계속 토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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