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3 (일)

"낙태, 남성의 책임도 커··· 피임·임신·출산 남녀 공동책임 강화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30대 남성 32.1% "낙태로 고통" / 남편(상대 남성), 낙태에 결정적 영향 / 여성 '혼자' 아닌 남녀 '함께' 해결해야

세계일보

‘여자친구나 아내가 낙태한다면 상대 남성도 고통받을까요?’

2017년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20, 30대 성인남성의 낙태에 대한 인식(저자 김금남 동아보건대학교 간호학과·김계하 조선대학교 간호학과)’ 논문에 이러한 내용의 질문이 포함됐다. 20~30대 성인남성의 낙태 인식을 알아보고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40명 중 32.1%가 “고통받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낙태로 인한 영향 여부를 잘 모르겠다거나,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응답은 각각 46.4%, 21.4%였다.

◆파트너도 낙태에 영향…정작 두려움은 여성의 몫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정서적인 단절과 신체적 고통 등 후유증을 겪는다.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며, 향후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증세도 보인다. 남성에 대한 방어태세를 갖추기도 한다. 이렇듯 여성에게 평생 씻기지 않는 죄의식과 윤리적인 고통을 떠넘기는 낙태에 남성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지난해 만 15~44세 여성 총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서 낙태 경험이 있다고 답한 756명은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11.7%·복수응답)’ △‘파트너와의 관계가 불안정해서(17.8%)’ 등을 낙태 이유로 지목했다.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임신 중 낙태를 고민했다는 383명 중 같은 항목의 응답률은 각각 7.6%, 21.3%였다. 특히 ‘낙태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2011)’ 보고서에서는 ‘낙태(인공유산)에 누가 가장 결정적인 의견을 냈는지’라는 질문에 경험자 총 362명 중 약 46%가 ‘남편(상대 남성)’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는 ‘혼자’가 아닌 ‘함께’ 생각할 사안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국가가 낙태 관련해서 할 일 1순위’는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27.1%·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 교육 강화(23.4%), 양육에 대한 남성 책임을 의무화할 수 있는 법·제도 신설(18.1%)이 뒤를 이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낙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다.

이인영 홍익대 교수(법학)는 10일 통화에서 “낙태를 단순히 당사자 처벌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회가 낙태 문제를 방조해온 건 아닌지, 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