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회의 ‘금호 측 지분 담보’ 부정적…자구안 다시 제출 요구
최종구 금융위원장 “대주주 재기 아닌 회사 살리기 방안 내놔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금호 측은 채권단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3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망하면 (그제야) 회사를 내놓겠다는 거냐”면서 못마땅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재강조했다.
산업은행은 11일 “지난 10일 은행 9곳으로 구성된 채권단 회의 결과 금호 측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이 같은 입장을 금호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자구안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 외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한 금호 측 요청대로 5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채무에 대한 추가 자금 부담이 예상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계획안과 채권단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금호 측이 경영 정상화 기간 3년을 제안하고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수·합병(M&A)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경영 정상화를 못하면 회사를 내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항공기업의 3년은 일반기업의 30년과 다를 바 없고 3년 안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대주주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최종구 위원장도 채권단이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박 전 회장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이 채권단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 전 취재진에게 “박 전 회장 대신 아들(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두 분이 뭐가 다르냐”면서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 간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박 전 회장이 과거에도 한 번 퇴진했다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이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상태가 악화된 데에는 현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면서 “박 전 회장도 지난달 말 퇴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왜 자구안에는 3년이라는 기간을 달라고 한 건지, 누구한테 기회를 달라고 한 건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 측은 다음달 6일까지 연장된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재연장하기 위해 지난 9일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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