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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인공지능 길들일 ‘7가지 기준’ 나왔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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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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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보도하는 미래팀의 구본권입니다. 3년 전 알파고 충격은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생존의 화두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호들갑을 떠는 대신 이를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디지털 전환’ 과정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증기기관이나 전기처럼 범용 기술환경이 될 것이라는 데는 각국의 생각이 같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따라잡기에 분주합니다. 그런데 유럽은 좀 이색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지만,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법률과 윤리기준 제정을 통해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인 겁니다. 지난 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신뢰가능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 모인 52명 전문가그룹의 오랜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켜야 할 윤리기준을 제시한 첫 다국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답 형식으로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은 인간의 관리와 감독, 기술적 견고성과 안전,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통제, 투명성, 공정성(다양성과 비차별성), 친환경성, 책무성이라는 7개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요약하면 인공지능은 내놓은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판단의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편견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모프 3원칙’이 있는데 왜 별도로 인공지능 윤리를 만들지요?

“‘로봇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소설에서 제시한 ‘로봇 3원칙’이 유명하지요. 아시모프의 원칙이 킬러로봇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번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은 의료서비스, 보험가입, 직원채용 등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실제로 활용되는 현실에서 쓰일 구체적 기준이라는 게 차이입니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점검할 기준이 생기는 거지요. 가이드라인은 ‘챗봇(대화 프로그램)의 경우에 사람에게 자신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까?’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제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사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나요?’ 같은 체크리스트도 제공합니다.”

한겨레

―앞으로 인공지능은 모두 이 지침을 따라야 하나요?

“아닙니다.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법률이 아니어서 유럽연합 안에서도 구속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법률이 제정될 때 근거가 되고, 인공지능 서비스가 문제될 때 잣대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속력도 없는데, 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유럽연합은 오랜 기간 다각적 논의와 절차를 거쳐 디지털 환경을 겨냥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마련한 사례가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기업들은 이 법에 담긴 ‘잊혀질 권리’와 프라이버시 보호, 과징금 등에 크게 반발했지만, 결국 다 수용했습니다. 이런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유럽연합은 인공지능 서비스에서도 법규와 윤리기준을 통해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 이런 인공지능 길들이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인공지능 개발업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경쟁전략으로서의 성공은 두고 볼 일입니다. 싱크탱크인 데이터혁신센터는 ‘윤리적 인공지능의 황금잣대를 만들어낸다고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에서 입지를 키우기 어렵다. 윤리적 인공지능을 이끌기 위해선 일단 인공지능 기술 자체에서 앞서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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