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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유독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은 ‘심혈관 질환’이다. 심장이나 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기상 직후 가슴 뻐근함 등의 통증을 많이 느낀다. 가장 큰 이유는 아침에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임도선 교수는 “기상 직후 30분 동안 교감신경이 가장 활성화된다”며 “이 때문에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 박동 수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이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 코르티솔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임 교수는 “동맥경화 등의 혈관 질환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때 심장이 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혈관은 더 좁아져 통증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기상 직후 30분 이내에 가슴 통증을 느꼈던 사람은 반드시 병원에 가서 운동부하검사(운동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면서 심장과 혈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검사), 심장CT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기상 직후 유독 전신 근육통이 심하다면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몸을 많이 써서, 또는 관절이 노화돼 생기는 근육통이나 관절통은 기상 직후엔 통증이 미미하다가 오후 3시쯤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시쯤 되면 통증이 심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 물질이 기상 직후부터 서서히 쌓인다”며 “따라서 일반적인 근육통은 늦은 오후부터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상 작후 통증 심할 땐 류머티즘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인 경우 기상 직후에 통증이 가장 심하다. 기상 직후에는 부신(신장 위쪽에 위치한 호르몬 분비 기관)의 기능이 떨어져 면역력이 저하돼 상대적으로 자기 몸을 공격하는 비정상적인 면역물질의 활동성이 커져 통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경우 아침에 근육통과 함께 손발 강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안 교수는 “자고 일어나면 손과 발의 관절이 굳은 것처럼 강직돼 첫발을 내디딜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조강직은 기상 후 2~3시간이 지나야 서서히 좋아진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내과에서 혈액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류머티즘 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이 생긴 경우 특정 항체가 증가한다.
그래서 천식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주 교수는 “밤에 증상이 심해도 막상 다음 날 병원을 가려고 하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해 진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밤에만 기침이 심하다면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에 가서 천식 유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기관지를 수축시키는 메타콜린이라는 특수물질을 흡입하면 정상인 사람은 기관지가 수축하지 않지만 천식인 경우 기관지가 수축된다. 천식으로 진단됐다면 초기부터 약한 스테로이드제제를 써서 치료해야 천식이 심해지지 않는다. 윤 교수는 “천식은 치료하기 힘든 질환 중 하나지만 조기에 진단·치료하면 완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풍, 아토피 피부염 증세는 밤중에 극심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질환도 있다. 천식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해 걸린 목감기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기침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천식은 유독 밤에 기침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 역시 호르몬 영향 탓이다. 기관지를 축소하는 호르몬은 주로 밤에 분비되기 때문에 낮에는 비교적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야간에는 기도의 항염증 기능이 약해진다. 염증이 늘어나면서 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질환에 따라 증상이 다른 시간대에 나타나는 현상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몸속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안 교수는 “우리 몸의 호르몬은 일정하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진다”며 “이런 호르몬 분비 주기를 잘 활용하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살을 빼고 싶다면 저녁보다는 아침에 운동하는 게 좋다. 기상 직후에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량이 가장 적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먼저 사용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운동을 해도 지방 연소가 잘된다. 단, 심장과 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는 혈관 수축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아침 운동을 피해야 한다.
식욕촉진호르몬(그렐린)이 많이 분비될 때도 알고 있으면 좋다. 밤에는 우리 몸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 모드로 바뀌는데, 이때 식사를 많이 하면 살이 찐다. 식욕촉진호르몬 분비량은 밤 9시부터 급격히 증가하다 새벽 1시에 최고조에 이르고 새벽 내내 서서히 떨어지다 아침 6시가 되면 다시 급상승한다. 안 교수는 “밤 10시에는 잠을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하면 자연스레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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