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무역협상 결렬 이후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5% 고율관세에서 제외한 나머지 3,250억달러(약 386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돌입하며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중국은 추가 보복조치를 거론하면서 항전 의지를 드높이며 연일 여론전에 주력했다. 양측이 벼랑 끝으로 상대를 내몰고 있지만, 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담판 가능성이 남아 있어 퇴로를 확보한 채 막판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3,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부과 대상 3,805개 품목을 공개했다. 휴대폰, 랩톱, 태블릿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의류, 신발 등 소비재가 망라돼 있다. 다만 미국 경제에 필수적인 희토류, 제약품 등은 빠졌다. USTR은 지난해 관세인상 당시 71일간 부여했던 의견수렴 기간을 이번에는 42일로 대폭 줄였다. 미국이 예고한대로 실제 조치를 취하면 중국 수입품 전체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게 된다.
이처럼 고삐를 바짝 당기면서도 미국은 정상간 ‘빅딜’ 가능성을 내비치며 협상 동력을 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협상) 성공 여부를 3~4주 후에 발표하겠다”며 “중국과의 협상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37조원)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지만, 중국에서 선적한 화물이 미 본토에 도착하는데 대략 3~4주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는 협상 시간을 번 셈이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G20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고 그것은 매우 결실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G20정상회의는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중국은 13일 600억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열을 가다듬으며 내부 결속에 주력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미국은 속전속결로 승부하지만 우리는 장기전으로 맞서 이길 것”이라며 “우리의 반격수단은 아직 많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겨냥해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정밀타격’, ‘결사항전’ 등 온갖 선전구호도 난무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관세조치는 미국의 대중 관세보다 범위가 좁지만, 압력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가세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사회과학원은 “미국이 관세를 올렸지만 중국 부담은 10%에 불과하고 90%는 미 소비자와 소매상에게 전가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중국은 국내 각 기관에 통제령을 내려 여론 결집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중국 역시 뒤로는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600억달러 관세 적용시점을 내달 1일로 늦춘 게 대표적이다. 쑹궈요우(宋國友) 푸단대 경제외교센터 소장은 “중국이 어쩔 수 없이 관세를 부과했지만 추가 확전을 피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