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고 장자연 사건

13개월간 결정적 증거 못찾아… 장자연 결국 묻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술접대 강요 사실 확인됐지만 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능 판단

소속사 대표 위증만 재수사 권고… 조선일보 경찰 수사에 외압 확인
한국일보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과거사위는 이날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의 재수사 권고 여부를 결정한다. 고영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9년 3월 사망한 배우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핵심 의혹의 과녁은 피해갔다. 사회 유력인사들이 개입된 성범죄 의혹 및 수사외압에 대해서는 수사권고 없이 마무리됐다. 작년 4월부터 13개월 동안 재조사가 이뤄졌으나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강제조사권한이 없는 위원회 기구의 한계로 결정적 증거 확보에도 실패한 결과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밝힌 가장 큰 성과는 장씨 기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의 위법 행위. 김씨가 2007∼2008년 장씨 등 소속 연예인들에게 술접대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과거사위가 처음으로 사실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검찰은 김 대표와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 유모씨 단 2명만 기소하면서 술자리 강요와 성접대 등 핵심 의혹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채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만 적용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폭행과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형법상 강요죄의 구성요소를 제시하며 “장씨가 문건에서 지목한 술자리들은 자신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 술접대를 하도록 강압적인 지시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적용 가능한 강요죄와 강요미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에 불과해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김씨가 2012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에 출석해 폭행과 강압 등에 대해 거짓 증언한 혐의에 대해서만 재수사를 권고했다.
한국일보

자연 리스트 의혹 관련 검찰과거사위의 결론. 그래픽= 김경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관계자들에 의한 수사 외압 의혹도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장씨가 숨진 2009년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 이모 씨가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조선일보의 위력을 보이며 협박했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2016년에 특수협박의 공소시효(7년)가 완성돼 수사 권고는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증거 확보의 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과거사위는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물증을 찾지 못했다. “장씨의 개인 다이어리 등이 남아 있지 않고 수사기록에도 이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추가적인 술자리나 참석자 등을 특정하기 곤란했다”는 게 과거사위의 설명이다.

장씨의 동료배우인 윤지오씨의 등장으로 특수강간 의혹을 둘러싼 진실규명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역시 무위로 끝났다. 윤씨는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장씨가 술자리에서 약에 취한 듯 인사불성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히며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특수강간 혐의 수사 권고를 두고선 진상조사단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외부로 갈등이 불거질 정도로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권고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핵심증인인 윤지오씨의 진술 신빙성은 도리어 진상규명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씨가 지난 3월 자서전 등을 통해 장씨가 성접대 남성들의 이름을 기록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히면서 수사는 활력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윤씨 자서전 출간을 도운 작가 김수민씨가 “윤씨가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도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씨 증언의 신빙성이 도리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성접대 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의혹조차 밝히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 과거사위는 “서술문 형태의 문건 외에 사람 이름만 나열된 ‘리스트’가 별도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기재된 사람들이 장자연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당시 문건을 실제로 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