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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SK `사회적 가치` 첫 측정…매년 실적처럼 외부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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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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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하이닉스는 9조5000억원, SK텔레콤은 1조60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1조1000억원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력 3개사가 지난해 거둔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가 12조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가 한 해 벌어들인 돈, 즉 경제적 가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한 해 동안 환경·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낸 결과를 돈으로 환산했더니 이 정도 값어치를 해냈다는 의미다. SK그룹이 이른바 '사회적 가치' 계량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재무제표를 공시하듯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도 매년 공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21일 SK하이닉스 등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철학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지 3년 만에 성과지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최 회장은 2016년 SK그룹이 앞으로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소위 '더블 보텀 라인' 경영을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의 정관을 변경해 사회적 가치를 경영원칙으로 설정하고, 지난해부터는 성과 평가의 절반을 사회적 가치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SK그룹 직원이라면 일을 잘해서 회사가 수익을 남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성과도 좋아야 연말에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경영철학을 도입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계량화였다.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환경 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등은 계산이 어려운 정성적 가치다.

그러나 SK그룹은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 개발에 들어갔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학·회계학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사회학 교수, 사회적기업 전문가들까지 자문역으로 뒀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이날 공개된 '사회적 가치 성과'다. SK에 따르면 이 수치는 크게 경제 간접 기여 성과·비즈니스 사회 성과·사회공헌 사회 성과 등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 간접 기여 성과는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로 고용, 배당, 납세 등으로 측정된다. 비교적 계량화가 쉬운 분야다. 비즈니스 사회 성과는 제품·서비스 개발과 생산·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로,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부문 등이 평가 항목이다. 많은 기업이 하고 있는 소위 환경·사회·거버넌스(ESG) 평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공헌 사회 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사회공헌 사업 실적에 가깝다.

SK하이닉스를 예로 들면 이 회사는 지난해 고용·배당·납세를 더한 경제 간접 기여 성과가 9조887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경 부문에서 -6424억원을 기록하면서 비즈니스 사회 성과는 4563억원 손실을 끼친 것으로 기록됐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사회 성과 부문에서 760억원을 기록하면서 SK하이닉스는 한 해 동안 사회적 가치를 총 9조5197억원 달성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달성한 경제적 가치(당기순이익 기준)가 15조5401억원임을 감안하면 사회적 가치 분야도 분발이 필요한 것이다.

SK 내부에서는 이날 수치 공개에 앞서 우려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SK하이닉스는 공장 탄소 배출 때문에 환경 분야 사회적 성과에서 마이너스가 난 것인데 마치 환경 오염의 주범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정성적 가치가 계량화되면서 계열사 간에 비교가 이뤄진다든지, 거버넌스처럼 가치 평가가 어려운 분야에서 계량화의 오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또 경제적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경우 자칫 주주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최 회장은 이 지표를 보고받고 마이너스가 난 부분이 있더라도 공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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