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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고 장자연 사건

결국 배척된 `윤지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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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故 장자연씨 사건 의혹 관련 조사·심의 결과에 따르면 '유일한 증인'을 자처한 윤지오씨 증언만 사실상 전부 배척됐다. 2009년 검찰 조사에서 윤씨 진술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후 10년 만에 이뤄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재조사에서도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21일 일부 조사단원이 심의 결과에 반발하고 있지만 조사단이 그동안 새로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윤씨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씨는 장씨가 2009년 사망 전 작성한 문건에 '명단'이 적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그는 조사단 1차 면담에서 '성상납을 강요 받았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람 이름과 직함이 나열된 문건이 2장이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윤씨를 제외한 나머지 문건을 본 사람들은 이름만 적힌 '리스트'는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당시 문건을 봤다는 김대오 기자 등은 '목록' 형태의 문건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 유족도 조사단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람 이름만 나열된 리스트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윤씨는 리스트에 대해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 1명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체적이고 분명한 진술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을 봤다. 안경을 안 썼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윤씨의 조사단 진술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장씨가 출연한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구준표인데, 이 때문에 윤 씨가 홍준표 전 의원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팀이 홍 전 의원의 10년 전 사진과 지금 사진을 보여주자 윤씨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는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조사단의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사 해보니 윤씨가 착오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고, 윤씨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윤 씨는 올해 3월 장씨가 술자리에서 약물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조사단 진술과정에서 새롭게 제기했다.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 진술은 일부 언론에 알려져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윤씨 진술이 이중적인 추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배척했다.

과거사위 심의 결과에 대해 조사단의 김영희 변호사는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사팀 내 다수 의견이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그러나 "과거사위가 조사단 다수 의견에 구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독립적으로 심의 판단할 권한에 입각해 결론 내렸다"고 일축했다. 또 "심의 결과 다수 의견과 같았던 부분 달랐던 부분이 있었는데 리스트와 성폭행 의혹은 의혹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정도로 객관적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외부 단원 중 '전화 등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다른 외부단원의 의사결정에 영향력까지 행사했다면 외부단원 다수가 동조한 의견이라도 객관적·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2009년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의 윤씨 진술을 근거로 지난해 5월 28일 전직기자 C씨에 대해 장씨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권고했다. C씨가 2008년 8월 5일 한 술자리에서 장씨를 추행했다는 내용이다. 공소시효 완성일은 지난해 8월 4일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26일 C씨를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중이다. 공소시효가 한달여 남은 시점에 수사 권고가 이뤄져 검찰이 충분한 수사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재판부가 윤씨의 2009년 수사기관에서의 수차례 번복된 진술과 C씨 재판에 두 차례 출석해 한 증언에 대한 신뢰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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