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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美 안보우려 터무니없어"…韓中협력 10번 넘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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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선전·홍콩포럼 / ③ 美中무역전쟁 격전지 화웨이를 가다◆

매일경제

21일 화웨이 본사의 인공 연못에서 블랙스완이 노닐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예기치 않은 사태에 늘 대비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호주에서 블랙스완을 직접 들여왔다. [선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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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한국이 글로벌 5세대(5G) 시장에서 맨 앞 열에 위치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5G 장비를 공급하고, 특히 초당 1.3기가비트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21일 중국 선전 본사를 방문한 한국 기업인들에게 톈펑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담당 총재는 시종일관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를 의식한 듯 '한국과의 협력'이라는 말을 10번 넘게 반복했다. 이날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에서 개막한 매경 선전포럼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 본사를 탐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화웨이는 선전시 중심지에 위치한 구사옥과 지난해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둥관시 쑹산후 하이테크단지에 소재한 신사옥으로 나뉜다.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신사옥은 화웨이 연구개발(R&D) 능력의 정수를 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R&D 인력 2만여 명이 중국을 먹여 살릴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화웨이는 구사옥을 찾은 한국 기업인 100여 명에게 자사가 가진 통신기술과 R&D 경쟁력을 설명하고,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부당성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안보 문제를 들어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이들이 미국 기업에서 부품 등을 구매할 때 미국 당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구글마저 등을 돌렸다.

화웨이는 그동안 줄곧 자사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 측 안보 우려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해왔다. 지난 30년간 17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30억명 이상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만 보안 이슈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공을 들였다.

톈펑 총재는 "화웨이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5G랩을 건설해 이달 말 오픈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5G 기술 발전과 중소기업 지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가 지난 4년간 삼성, SK 등 한국 기업에서 구매한 규모는 25조원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 200여 곳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톈펑 총재 발언은 미국이 우방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금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화웨이가 핵심 시장이자 공급처인 한국과의 협력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화웨이는 한국 기업인 탐방단을 대상으로 자사가 개발한 스마트시티를 시연해 보였다. 본사 내부에 마련된 대규모 스마트시티 전시관을 통해 안면 인식 데이터 검색 시스템, 스마트 정부, 원격 의료 시스템,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도로·교통·항만 등)의 모습을 소개한 것이다. 이들 기술의 핵심은 화웨이가 개발한 각종 솔루션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400만명이 넘는 선전시 룽강구 주민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공무원 일 처리 소용 시간이 10분의 1로 줄었고 범죄율도 스마트시티 전후로 3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 기술이 적용된 룽강구에서는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려면 과거에는 20일이 걸렸는데 이제는 이틀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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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를 지켜본 김용준 한국경영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스마트시티를 통해 도시의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게 되면 행정 비효율을 상당 부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해도 소위 '개망신법(개인정보 규제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에서 한 글자씩 빼내 만들어낸 조어)' 같은 법률적 규제 때문에 한 걸음도 앞으로 못 나아간다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화웨이는 네트워크 인력만 2만명을 넘는다. 우리(삼성)는 10분의 1이다. 경쟁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편 선전 본사에서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블랙 스완' 두 마리가 때마침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A동 입구에 조성된 인공 연못에서 노닐고 있는 블랙 스완은 런정페이 창업주가 거액을 주고 호주에서 들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블랙 스완은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블랙 스완'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화웨이의 블랙 스완 또한 '예기치 않은 사태에 항상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주고 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화웨이 규모와 기술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실리콘밸리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이러한 환경 조성과 성장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홍콩 기획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팀장) / 박만원 기자 / 이승훈 기자 / 강계만 차장 / 김대기 특파원 / 김제관 기자 / 문지웅 기자 / 조성호 기자 / 나현준 기자 / 임형준 기자 / 김유신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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