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공간] [2] 양윤선 대표
서울 장안동 ‘스틸얼라이브’ 창작 실험실에 누운 레어로우 양윤선 대표. 앞쪽 작업대엔 이 공간을 이용하는 공예가·일반인들이 만든 물건들이 놓여 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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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엔 레어로우 전시장과 카페, 공유 사무실 등을 5층짜리 건물에 모은 '스틸얼라이브'를 서울 장안동에 열었다. 맛집, 패션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며 문화적 활기를 더하기 시작한 장안동의 변모를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은 2층의 '메이킹 스페이스'. 철재 가공에 필요한 기기 일습을 갖춘 팹랩(창작 실험실)이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양 대표는 "어떤 재료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라며 "철재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첫 브랜드로서 철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서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철은 자기주장이 강한 소재로 흔히 인식되지만 양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목재로 가구를 만들려면 나무판 두께가 최소 15㎜는 돼야 하는데 철판은 0.8㎜부터 가공할 수 있어요. 얇으면서도 강하죠.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어느 공간에나 스며들 수 있는 소재가 철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저 커팅기, 조각기, 용접기, 절곡기(철판 접는 기계)부터 도장(塗裝)에 필요한 기계까지 갖췄다. 양 대표는 "철재 재단부터 도색까지 전 공정을 갖춘 공장이 국내에 열 군데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도 시제품 한두 개씩은 잘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금속 디자인은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착안해 디자이너나 금속공예가들이 '공익 사업 수준의' 이용료만 내고 기계를 이용하도록 했다. 일반인들이 작은 장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만들기 교실도 운영한다. 양 대표가 이끄는 레어로우 디자인팀도 이곳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색상·소재 견본을 디자인 작업에 활용한다.
마냥 쇳가루 날리는 공간만은 아니다. 건축 잡지 출판 기념 파티를 열거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양 대표가 특강을 열기도 한다.
국내에서 철재 가구는 아직 낯설다. 얇은 철판이 찰랑거린다든가 차갑다든가 하는 철의 속성이 단점 내지는 불량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레어로우는 우회보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양 대표는 "철 같지 않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굳이 주려고 하기보다는 강하고 단단하고 차갑기도 한 철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려고 한다"고 했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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