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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대국 통화위기 발생 어렵다"는 중국, 환율 ‘비상 등’ 깜빡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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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환율 ‘비상 등’을 깜빡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무역전쟁에도 경제 위기는 없다고 공언해왔지만 일주일도 안돼 두 차례 환율 구두 개입을 반복할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환율제재 카드를 흔들고 있는 것도 중국이 환율 안정 의지를 거듭 표명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지난 23일 증시가 마감된 뒤인 오후 5시 33분 홈페이지에 류궈창(劉國强) 인민은행 부행장이 인민은행 산하 금융시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올렸다. 류 부행장은 "현재 비록 환율이 우발적으로 과도하게 조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은 전체적으로 평온한 상태"라며 "‘일이 나는 것’은 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일요일인 지난 19일 저녁 6시 홈페이지에 판궁성(潘功胜) 인민은행 부행장이 금융시보와 환율 안정을 주제로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했다. 판 부행장은 "외환시장의 위법 행위에 타격을 가해 외환시장의 양성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 부행장들의 잇단 언급에는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조건⋅능력⋅신심 보유" "환율 파동 관련 풍부한 경험과 정책수단 충분" 등이 반복됐다.

류궈창 부행장은 국가금융안정발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판궁성 부행장은 국가외환관리국장을 겸하고 있다.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선 사령관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류 부행장은 특히 "국제경험상 대국(大國)에서 통화위기가 발생하기 매우 어렵다"며 "중국은 세계 2위 경제체로 통화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기초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얘기한 "중국 경제는 작은 연못이 아니고 큰 바다"라는 말도 언급했다. 시 주석은 비바람에 뒤집어지는 연못과 달리 바다는 늘 그자리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홍콩에서 중앙은행 증권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어치를 발행한지 엿새만인 지난 21일 조만간 홍콩에서 중앙은행 증권을 추가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행 규모와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위안화 증권 발행은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의 투입비용을 높인다.

인민은행이 잇따라 구두개입에 나선 건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은 역내외 외환시장에서 모두 6.9위안대로 올라서 11년만에 7위안대를 뚫는 포치(破七)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은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관세폭탄 충격을 일부 상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대로 위안화가 절하되면 자본유출을 심화시켜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류 부행장은 최근 나타난 위안화 가치 급락 현상이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 따른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카드를 흔들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은 4월과 10월 각국의 환율 상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상반기 보고서를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패’는 내놓지 않을 때 압박 효과가 크다.

특히 23일 미국 상무부는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변화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통화 보조금(currency subsidies)’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해외 수출국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절상 추세를 보여오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절하로 돌아선 위안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4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은 달러당 6.8993위안으로 11일 연속 절하 행진을 끝내고 소폭 절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상하이 외환시장에서는 기준환율보다 절하된 6.911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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