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전 흉기는 물론 청소도구까지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제주동부경찰서가 공개한 폐쇄회로TV(CCTV)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숫대야,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했다.

영상에서 고유정은 종량제 봉투를 사 구매한 물품을 담았다.

고유정은 해당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 적립도 했다.

구입한 물품을 보면 고유정은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이 범행을 계획한 정황은 또 있다.

경찰은 고유정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해 고유정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기 전 살인 도구와 시신 유기 방법 등을 다수 검색한 것을 확인했다. 고유정이 ‘니코틴 치사량’, ‘살해 도구’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시신 손괴’와 ‘시신 유기’에 대한 내용도 검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고유정이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본인의 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올 때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흉기도 미리 준비해 온 것으로 파악했다.

고유정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펜션이 입실과 퇴실 시 주인을 마주치지 않는 무인 펜션인 점도 고유정의 계획범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청소도구 등을 미리 준비한 모습 등을 보면 완전 범죄를 꿈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의 거주지에서 경찰에 체포된 후 지난 4일 구속됐다.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궁이다. 고유정은 경찰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결혼과 이혼, 재혼에 관련한 가정적인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부분은 관련자들의 명예훼손과 관련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고유정의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며 “고유정은 괴로워하며 늦게 잠자리에 들고 있다. 식사를 잘하고 있으며 심경에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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