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뉴스 양대규 기자]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대만의 파운드리 회사인 TSMC도 견제를 시도했다. 미국의 최근 이런 행보가 국내의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가 침체가 계속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삼성전자의 '중국향' 시스템 반도체와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가 화웨이에 대량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 ARM, 인텔, AMD 등 미국의 주요 프로세서 생산 업체들이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자사의 프로세서를 공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전자가 빈자리를 공략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후, 스마트폰의 AP를 생산하는 퀄컴은 화웨이에 더 이상 자사의 칩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스마트폰 AP의 설계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ARM도 더 이상 자신들의 IP를 화웨이와 공유하지 않겠다고 했다. ARM의 IP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화웨이가 '기린'과 같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사 AP도 더 이상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화웨이는 스마트폰 AP의 공급업체를 구하던가,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의 AP 설계를 해야만 한다. 현재 ARM의 모바일 아키텍처에 대항하는 새로운 오픈 소스 기술로 'RISC-V'가 연구되고 있다. RISC-V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바일 AP 생산 업체들이 굳이 ARM과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반도체 개발업체 '하이실리콘'에서도 RISC-V 기반의 아키텍처를 개발 중이지만,아직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Arm IP의 대안으로 개발 중인 RISC-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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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웨이의 AP 공급 가능성 ↑
결국 화웨이의 선택은 새로운 AP 생산 업체와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은 퀄컴의 뒤를 이은 전 세계 2위의 AP 생산 업체지만, 현재 대부분의 수요는 저가용 AP에 몰려있다. 하이엔드급 AP 생산을 최근 발표했지만,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결국 삼성전자의 AP를 공급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메이트 플래그십 모델에서는 갤럭시S 시리즈로 검증받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는 최근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화웨이 제재에 동참 요구 압박이 오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서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쉽게 중국과 계약을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서도 미국의 제재에 협조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전자는 더욱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 됐다. 지난 4~5일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적극 협력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외에도, 퀄컴, Arm, 마이크로소프트, 델, 시스코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거래금지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외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에 대한 공급을 정상적으로 하면 불리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모두 증
화웨이 제재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주춤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크게 볼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의 성장으로 점유율을 점점 빼앗기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구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각)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점유율 20.3%에서 올해 23%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이유다. 지난해 2억 913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삼성전자가 올해는 3억 1510만 대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의 순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2억 630만 대 14.4%에서 올해 1억 8280만 대 13.4%로, 화웨이는 지난해 2억 580만 대 14.4%에서 올해 1억 6520만 대 12.1%로 각각 점유율이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 대를 돌파하는 한편, 애플과 화웨이의 판매량이 각각 2억 대 아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화웨이의 점유율 격차가 3%까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위 삼성전자가 2억 8740만 대로 20.6%를 차지하고, 이어 화웨이가 2억 4110만 대로 17.3%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1억 8780만 대로 13.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까지 떨어진다.
삼성전자 갤럭시S10(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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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TSMC 견제로 파운드리도 '호재'
최근 시스템 반도체 외에도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분의 호재가 하나 더 생겼다. 미국이 TSMC까지 견제를 하면서,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일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 상무부가 TSMC에 직원을 파견했다며, "이번 조사는 TSMC가 화웨이에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법률에 위배되는지 조사하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우선은 미국 상무부가 별다른 소득 없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TSMC는 화웨이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가 직접 TSMC를 조사한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의 압박을 통해 TSMC는 물론, TSMC와 거래를 하는 업체들까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보다 안전한 삼성전자로 몰릴 전망이다.
최근에는 지난해 7나노(nm) 공정을 TSMC에 맡겼던 퀄컴이 삼성전자와 7나노 공정 수주를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말부터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칩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쉽게 어느 한쪽 손을 들어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월에도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78%가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은 스마트폰과 가전 등 주요 수출 시장으로 쉽게 손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G2 사이에서 균형감을 갖춘 외교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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