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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손님은 왕이 아니다?" 외치는 매출 150억 맛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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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66] 최근 나온 책 중 '사장의 마음'이란 책에 눈길이 갔습니다. '사장'으로 시작하는 시리즈는 많은데 이번엔 어떤 사장 얘기일까 궁금했는데요. 평소 저도 자주 이용하는 일도씨닭갈비, 이스트빌리지서울 등을 운영하는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사장이 쓴 책이었습니다. 참고로 일도씨패밀리는 2010년 김 사장이 창업한 회사로 일도씨찜닭, 내일도두부 등 8개 브랜드, 16개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올해 예상 연매출은 150억원을 내다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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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도 사장의 저서 `사장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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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요. 구인 광고를 내면 거의 지원하지 않고 또 지원한다 해도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이 '지원해준 게 고맙기만' 한 자영업자로서의 고충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또 '직영점만 할 것이냐, 프랜차이즈를 병행할 것이냐'에서부터 '대중 음식점만 할 것이냐, 파인다이닝(고급 코스요리)도 넘볼 것이냐' 등 내밀한 고민도 담겨 있었습니다. 2010년 김 사장 이름으로 첫 식당을 냈을 때 들어온 알바생 얘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자기 일처럼 식당을 아끼고 열심히 일했다는데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군대 가기 전날까지 새벽 장사를 도와주고 입대한 그 친구 때문에 가슴 찢어졌다는 부분에서는 찡긋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책장을 넘기는데 이 중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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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몹시 낯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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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은 손님이다'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통설과는 좀 동떨어져서 어떤 이유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꼼꼼히 그 이후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우리 집에 방문한 사람을 이미 높여서 부르는 말이 손님이다. 그보다 더 높일 이유는 없다. 우리 집에 방문한 사람을 정성껏 대접하고 돈 받고 잘 보내면 그만이다.'

일견 수긍은 갑니다만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김 사장의 철학은 확고했습니다.

'우리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손님에게 잘해주는 것은 그렇게 해주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우러나왔을 때의 옵션일 뿐 필수조건은 아니다. 대접에 따라 재방문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손님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면 된다'(중략)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하게 하는 '배려'의 서비스는 추가 옵션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자.'

여기서 김 사장은 주어를 '나' 대신 '우리'로 썼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직원 역시 식당의 주인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장과 하나가 돼 손님을 대하자는 의미로 읽히더군요. 물론 이건 기자만의 생각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자직강. 즉 직접 저자와 만나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아래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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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씨닭갈비, 이스트빌리지서울 등을 운영하는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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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보면 식당 하시던 어머니가 아프다고 해서 일단 카운터를 보기로 했다가 알고 보니 사실상 어머니가 '은퇴'를 선언해 결국 식당일을 하게 됐다고 나와 있어요. 시작은 '땜빵(?)'이었다는데 이후 정식으로 독립하게 된 계기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나름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들이 어머니 매장에서는 없었고, 그런 것들을 도입하려고 시도했는데 번번이 부딪혔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어머니와의 가치관이 달랐던 계기로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10년도 입니다(뛰쳐나가 보니까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를 깨닫게 되었죠).

이후 좌충우돌 이야기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 본인 식당의 첫날은 어땠나요?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안정화 단계에 오르던가요?

▷개업 첫날엔 손님이 한 팀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둘째 날에 겨우 한 팀이 들어왔죠. 맛만 있으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눈에 띄어야 기웃거리기라도 할 텐데 상권조사도 할 줄 몰랐고 자리도 너무 생뚱맞아서 눈에 띄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나가서 전단지도 뿌리고 호객 행위도 하면서 겨우겨우 한 팀씩 한 팀씩 손님을 모아나갔습니다. 그렇게 '단골'이 쌓여가면서 안정화 단계에 올랐습니다.

-책에서 보면 직원 관리, 창업공신을 어떻게 할 거냐 등을 두고 상당한 고심을 한 흔적이 있더군요. 이를 통해 '공평과 공정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는데 직원들에게 공평과 공정을 어떻게 달리 적용하고 어떻게 그 균형을 어떻게 맞췄나요?

▷공정하게 하는 거면 실은 능력치대로 평가하게 돼요. 공평하게 하면 셈은 쉬운데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요. 이런 접점이 늘 아쉬웠는데 결국 해결책은 소통에 있더군요. 사람들을 정해진 원칙과 시스템으로 통제하려고 하면 어긋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죠. 사실 그런 시스템들도 결국엔 사람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다시 깨닫는 순간 얽매이지 않을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통제를 포기하고 솔직하게 모두 오픈했어요. 공평이 옳을 때일지라도 공정을 적용하고 싶다고, 혹은 그 반대되는 경우에도 제가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이야기하고 함께 결정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사실 제가 인터뷰를 하자고 한 건 이 대목 때문이었어요. '손님은 왕이 아니다'는 철학이 인상적이던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장사를 하면서 많은 손님들을 겪어봤는데, '왕'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런 권한을 쥐어주면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리드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제 갓 스무 살 된 여자 알바생에게 친절을 넘어 접대에 가까운 요구를 하는 손님들도 있었고요.(술 좀 따라보라고 하거나 한잔 마시라고 하는 경우와 그것을 넘어선 경우까지도) 남자 알바생을 단란주점 웨이터처럼 부리는 손님들을 보면서 제가 선을 그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있을 땐 내쫓기도 했고요, 직원들에겐 서비스를 거부해도 좋다고 말이죠. 그런 최악의 경우를 떠나서도, 우리가 어설픈 모습을 보일 때 손님들은 불안해하고 못 미더워하며 그런 느낌을 줄 때 별것 아닌 일에도 연관시켜 불만스러워 해요. 반면 우리가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리드해 나가면 사소한 실수들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별것 아니게 생각하죠. 결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만큼의 친절 정도이고 그것을 넘어선 것은 손님에 따라 마음 내키는 만큼 더 서비스해주는 플러스 알파의 배려인 거죠.

-또 하나 재밌는 건 식당을 하다 보니 동네마다 원하는 간이 다 다르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다르던가요?

▷미아동 일도씨닭갈비는 술상권에 자리하고 있어요. 술안주로 삼아 먹는 사람들이 많아요. 싱거우면 싱겁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맛없다고 이야기하죠. 반면에 방배동 일도씨닭갈비는 인근에 거주하는 중년층이 많아요. 건강을 중요시하고 짠 것을 싫어해요. 심심한 맛을 확실히 더 선호하더라구요. 연령층이 낮을수록 양념이 진한 맛을 선호하고, 높아질수록 재료의 맛을 선호해요. 처음엔 '하나의 맛'을 추구했지만 유연성이 수반되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요즘엔 자동결제기 등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자동화를 추구하는 게 대세 같은데 대표님은 좀 다른 시각인 듯하던데?

▷인건비를 아껴야 하는 건 같은 의견이에요. 자동화를 도입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야겠죠.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 '손님'을 위한 것이어야 해요. 원가를 절감해 손님에게 이익이 되어야만 재방문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서비스 질(퀄리티)이 떨어진다든지 어떤 불편을 초래하게 되면 손님에게 피해가 가는 거니까 원가를 절감하려다가 손님이 절감되는 상황이 나오겠죠. 그리고 저는 식당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가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려는 추세가 있어서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책에서는 빅데이터 경영에 대해 여러 생각이 혼재하는 느낌이었어요. 앞부분에서는 데이터는 접어두자는 부분이 있었는데 책 뒷부분에서는 계절별 날씨 주말 단위로 전년 전전년 등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대목이 있더군요. 데이터 수집·활용 방법의 노하우가 있다면?

▷데이터도, 트렌드 파악도 모두 중요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결국엔 그런 모든 것들이 '손님'의 만족도로부터 비롯되는 거잖아요. 손님을 만족시켜서 재방문하게끔 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고, 트렌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수치'를 위한 데이터 활용,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업무일지'를 활용한 데이터를 선호해요. 매장별로도 기록하게끔 하고요.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그런 것들이 손님의 만족도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놓죠.

-또 하나 눈길 끈 건 식당을 운영하면서 요리를 배우지 않았다란 대목이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나요?

▷요리는 즐거워해요.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죠. 교과서적이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길 바랐어요. 그게 저의 최대 장점이죠. 단점은 요리사들에게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해요. 그리고 난도가 있는 부분을 혼자서 만들어내는 게 어렵죠.

-프랜차이즈, 식품가공사업, HMR사업을 당장이라도 할 것 같은데 내일도두부 외에는 아직 사업 계획이 없는 건지?

▷사실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어요. 테스트도 다 마친 상태이고요. 다만 저뿐만이 아니라 일도씨패밀리의 구성원 모두가 원할 때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그게 저의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왜 '나는 대중음식점을 하는 사람'으로 단정 짓는지요?

▷처음엔 파인다이닝에 대한 동경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일도씨닭갈비에 형편이 빠듯해 보이는 가족이 와서 식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제 마음을 자극했어요. 값비싸고 화려한 요리를 하는 근사한 레스토랑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사치'를 선물해줄 수 있는 좋은 대중식당이 저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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