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씨에 대한 경찰 초동 수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시각이 엉뚱하게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로 발전되는 모양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련 법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사건을 '자치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오해한다. 제주 자치경찰은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
'지역 경찰'이 '지역 토호들'과 유착돼 고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비난에서 발전된 오해다. 하필 제주지방경찰청도 지난 7일 그런 의심에 불을 붙였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의자 가족' 보호팀을 운영하고 관련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공지가 그것이다.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의 신상정보 등을 게시하거나 유포한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겠다는 ‘엄포'까지 한 제주 경찰은 스스로 불필요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지난 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결정으로 얼굴을 포함한 신상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틀 뒤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를 함부로 게시하지 말라고 공지한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피의자’ 가족의 명예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이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피의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하는 듯한 태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정작 '엽기적인 살인범행'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으면서 '피의자' 명예훼손 사건에만 관심 갖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가 검경수사권조정과 패키지로 추진할 뜻을 이미 밝혔다. 자치경찰제의 부작용으로 예상되던 '지역세력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상황을 제주 경찰이 스스로 연출해선 곤란하다.
게다가 제주 경찰의 불필요한 명예훼손 운운은 오히려 피의자 가족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의심을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경찰은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이런 불합리한 비판이 일게 한 책임이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분장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사건같은 살인범죄도 자치경찰이 맡을 여지는 아직 열려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 처리결과는 제주경찰청 뿐 아니라 경찰 전체에게 아주 중요하다.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말끔하게 수사해야 경찰이 원하는 방향의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유동주 기자 |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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