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안 한 범행도구 환불받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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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지난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이코패스가 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통 95%가 발현이 안 되지만 5% 미만이 살인범이 되는데 고씨는 평소에 전남편을 괴롭히면서 잘 살다가 남편이 떠난 뒤 더는 괴롭힐 수 없게 되면서 그 기질이 발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청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일반적으로 남성이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음에도 전 부인을 괴롭히려고 양육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고유정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지 않고 있음에도 2년간 전 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고통을 줬다”며 “전 남편이 가사소송에 승소하면 면접교섭권을 얻게 되는데 고씨는 전 남편을 쥐고 흔들던 기존 프레임이 깨지자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고씨는 전 남편을 살해한 뒤 남은 물품을 마트에서 환불하기까지 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면 지난달 28일 오후 3시25분께 고씨가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표백제 등 물품을 환불하고 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고씨는 물품을 환불한 이유에 대해 “시체 옆에 있었으니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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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모습에 대해 오 교수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고도의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공감능력 부족 등은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고씨는 자기 아들과 가족을 위해 얼굴 노출을 꺼리면서도 정작 살해당한 전 남편은 다른 가정의 귀한 아들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분리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남의 불행 등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전 범죄심리분석관도 “살인범이라도 보복 살인범이나 경제적 살인범인 경우 범죄를 저지른 뒤 이처럼 태연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며 “고씨는 자신이 현재 곤란한 처지에 놓은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닌 전 남편 탓으로 돌려 그 망상을 분노로 표출하고 있고, 전 남편을 살해하고도 흔히 ‘당해도 싸다’라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고씨는 일종의 ‘자기 연민형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의 차량에서 채취한 피해자의 혈흔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졸피뎀 검출로 그동안 고씨 사건을 둘러싼 의문 중 하나인 살해수법과 공범 여부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범행도구들을 준비한 점과 휴대전화로 살인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 등을 바탕으로 고씨가 범행을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2일까지 사건 전말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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