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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집살때 누구말 믿으라고…" 민간과 너무 차이나는 감정원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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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통계 극과 극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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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는 국내의 유일한 집값 관련 국가 공인 통계다. 소비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이 통계를 보고 시장 방향을 가늠하고 내 집 마련이나 아파트 분양 시기를 저울질한다. 쉽게 말하면 가격 상승장의 경우 시장에선 이미 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는데 상승장 반영 속도가 느린 국가 통계만 믿고 주택 구매 시기를 늦췄다가 몇 주 만에 수천만 원씩 주택 구입 비용이 늘어날 수도,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복수 기관의 통계 결과가 똑같이 나올 수는 없지만, 민간이 발표하는 수치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면 국가 공인 통계의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는 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14일 매일경제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함께 국내 대표 부동산 통계 기관인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 KB부동산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그동안 비슷한 추이를 보였던 세 기관의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지수가 작년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급격히 달라졌다. 민간 기관인 KB부동산, 부동산114와 공기업인 한국감정원 간 경향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9·13 대책이 발표됐던 작년 9월 108.4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가 2019년 4월 107.3으로 떨어졌다.

7개월 만에 1.1%가 빠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114의 경우 작년 9월 지수(119.8) 대비 올해 4월 지수(120.9)가 오히려 높아져 0.9% 상승했다. KB부동산 역시 2018년 9월 111.7이던 지수가 2019년 4월 113.8로 나타나 1.9%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측은 "작년 9월 대책 발표 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거의 없었다"면서 "민간 업체의 경우 협력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사실상 호가를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한국감정원은 '거래절벽에서도 사고팔릴 만한 가격'을 추출해 통계를 내기 때문에 숫자나 추이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선이 팔릴 만한 가격인지 기준 등에 대해선 일절 설명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협력 중개업소의 매물 등록가격을 사용하지만, 한국감정원은 직원들이 직접 개입해 감정평가 방식으로 거래 가능 가격을 도출하는 반면, 민간은 통계 이상치를 제외하고는 현장 중개업소의 정보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특징이 있다.

4월 이후 강남권에서부터 잇따라 신고가가 속출하고 상승 신호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한국감정원이 '여전한 하락세'라는 통계를 내 온 것도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한국감정원이 지나치게 지수 상승분을 억눌러 현실과의 괴리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감정원과 민간이 동일하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생산하고 있는데, 유독 최근 2년간 감정원 지수만 추세와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감정원의 지수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주장대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소위 '전문가적 보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변곡점에서 이 정도 큰 엇박자가 나오면 국가 기관으로서 해당 샘플과 과정을 공개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한국감정원은 표본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영업 비밀'이란 것이다.

매일경제는 취재 과정에서 한국감정원의 표본 공개와 표본 선정 관련 절차를 질의했지만 "주택가격동향(지수) 발표는 민간 업체와 경쟁적으로 사업을 하는 부분이라 표본의 지역 배분과 구체적 대상이 공개되면 영업상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 표본을 공개할 수 없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또 어떤 외부 전문가가 표본의 적정성을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도 "사단법인 한국조사연구학회에서 표본 보정을 하고, 이를 외부에 다시 줘 문제가 있는지 체크한다"면서 '외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감정원과 민간 업체의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20%포인트 차이가 난다고 하면 통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시장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며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감정원이 덜 오르는 지역을 표본에 많이 포함시킨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가기 때문에 국가 통계기관으로서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표본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표본을 사용하는데도 한국감정원만 나 홀로 주택가격동향지수와 주택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이 4배까지 차이 나는 것도 통계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감정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2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수 기준으로 10.3% 상승했다는 통계를 내놨지만, 같은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40.1%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표본, 같은 기관에서 내놓은 통계 격차가 4배나 되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114의 경우 지수 기준 상승률 30.7%, 매매가격 상승률 32.6%로 큰 격차가 없었고, KB부동산 역시 지수 18.4%, 단위 매매가격 33.6%로 한국감정원보다 격차가 현저하게 작았다.

한국감정원 측은 "평균 매매가격 및 중위가격, 주택가격동향 모두 같은 표본을 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수의 경우 2017년 12월 단행된 표본 전면 재설계 상황을 반영하고, 지수 보정작업을 거치지만 평균 매매가격이나 중위가격은 '보정'할 수 없어 단순 비교해 나온 격차"라고 해명했다.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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