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최저임금 공청회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용노동청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마지막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저임금이 올라 대부분의 업체가 가족기업이 됐습니다. 더 이상 고용할 여력이 없어요."
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대구지방노동청에서 개최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대구 공청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전국의 노사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5일 서울을 시작으로 10일 광주를 거쳐 마지막으로 열린 공청회였다.
이날 박석규 대구옥외광고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은 "옥외광고업계의 경우 일하는 양은 한정돼 있고 임금은 올라가니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부분의 업체가 가족기업으로 변했다"며 "저도 직원 5~6명을 데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들하고만 운영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일감이 많더라도 월급 주고 주야간 근무, 주말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최저임금도 업종별로 분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신천동에서 23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문상섭 대표도 "꽃집 종업원들은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꽃집에 취업한 후 4~5년 경험을 얻어 창업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데 현재 최저임금의 경우 꽃집에서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저도 직원 2명을 데리고 있다가 계속 감원을 해서 지금은 가족하고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 불황에다 최저임금 인상, 원가 상승으로 수입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취약 계층의 일자리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방경섭 대구지역 외식업협회 회장은 "저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대구의 외식업 고용 알선 건수가 30%나 줄었다"며 "그만큼 일당 아주머니들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또 "대구의 삼겹살 1인분(200g)은 8000원, 서울은 1만3000원 정도로 지역마다 물가 차이가 있지만 인건비는 똑같이 책정돼 있다"며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최저임금은 똑같으니 업주들은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거나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대구시는 최저임금 직격탄을 맞은 도시가 됐다. 대구는 전체 취업자(123만4000명) 중 자영업자 비중(28만1000명)이 22.8%로 전국 7개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는 올 들어 최저임금 위반 신고와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최저임금 신고 사건은 1만409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 늘었고, 최저임금 위반 건수도 187건으로 무려 71.5%나 증가했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다 보니 일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그 인상률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업 현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북 영천에서 20년째 농업법인을 운영하는 A씨는 "농촌이 고령화돼 현재 농가에서는 캄보디아, 베트남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받고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고혈압이 왔다"며 "설상가상으로 인력난에다 최저임금까지 인상돼 농지마저 매각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영세업체 종사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북대 생활관에서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서명희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북대 생활관 분회장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근속 연수와 상관없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이 가능토록 추가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최저임금은 청년들에게 최고임금에 해당한다"며 "많은 청년이 현 최저임금 수준은 실제 생계비에 많이 부족한 수준으로 저축·미래 설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공청회를 지켜본 방청객들은 소상공인들만 참가한 탓에 "공청회가 을과 을의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방청객은 "공청회에 대기업, 중견기업은 참가하지 않고 소상공인들만 참가해 이들 사이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이 하소연하는 자리밖에 안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공청회장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조원 30여 명이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서울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