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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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이아무개 전 삼성전자 전무는 경쟁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반도체 및 스마트폰 핵심 기술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가팔라진 때여서 삼성과 수사기관의 ‘기술 유출’ 주장은 여과 없이 보도됐다. 미국 반도체업체에서 근무하다 2008년 삼성전자에 ‘상무급’으로 메모리사업부에 스카우트된 이 전 전무는, 2015년 말 전무로 승진한 뒤 비메모리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몸이 아파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던 그는, 병가 중이던 2016년 7월29일 자정께 사무실에 들른 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밖으로 나서다 입사 뒤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정밀검색’을 당했다. 그의 차에서는 기술자료를 출력한 보안용지 31장이 발견됐다. 삼성은 그를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고발했다. 그의 집에서는 2009년부터 출력해 보관한 자료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 전 전무는 ‘평소 공부 습관대로 자료를 출력해서 본 것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넉달 전 그가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를 만난 사실 등을 들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1·2심은 기술 자료를 집에 보관한 것은 ‘유출’이 맞다면서도 “별 다른 생각없이 보안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뿐 경쟁업체 이직 등 부정한 목적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출 자료 대부분이 병가 중에 받은 회사 이메일(보관기관 2주일)이어서 출력이 불가피했던 점, 병가 중에도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던 점, 2009년부터 집에 문서파쇄기를 두고 검토가 끝난 자료를 모두 폐기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특히 임원 제공 노트북을 통해 집에서 자료를 열어본 뒤 그 화면을 촬영하면 아무런 반출 기록이 남지 않는데, 굳이 출력자 등 모든 정보가 남는 사무실에서 자료를 출력해 밖으로 들고나올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술을 빼내기 위해 거짓 병가를 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편이 기술 유출에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집에 보관하던 자료가 제3자에게 건네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월급 받는 회사원으로서 언젠가 닥쳐올 퇴직 시기를 대비해 헤드헌터를 만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기술 유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 전 전무 수사 중에 추가로 제기한 ‘업무 외 신용카드 사용’ 혐의(배임)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 전 전무 쪽은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 등으로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내부 본보기’ 차원에서 이 전 전무를 무리하게 고발했다고 주장해 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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