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베이징, 캐리 람 정국 대응능력에 의구심 커져"
친중파도 등 돌려…조기 사임한 퉁치화 전철 밟을 수도
中외교부 "홍콩 행정장관 확고히 지지" 당장은 교체설 일축
'송환법' 관련 기자회견 하는 홍콩 행정수반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홍콩을 휩쓰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조기 사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 중국 지도부와 친분이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그의 능력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홍콩 사태를 키우는 바람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큰 부담을 안긴 점에 분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 정부가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많은 외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골칫거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캐리 람 장관에 대한 불만은 그의 최대 지지 기반인 친중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친중파 의원은 "전날 시위는 캐리 람의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내 지지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을 지지하지만,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캐리 람의 태도는 싫어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캐리 람 장관과 친중파 의원의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그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져나왔다"며 "한 의원은 비속한 말을 쓰면서까지 캐리 람을 비난했고, 그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결정을 해명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친중파 진영은 캐리 람 장관이 강경일변도의 자세만 고집한 나머지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말았다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추진을 고집하다가 12일 시위 때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나서야 15일 송환법 연기를 발표했다.
더구나 15일 기자회견 때도 경찰의 진압을 옹호하다가 전날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후에야 긴급 성명을 내고 홍콩 시민에 사과해 때를 놓쳤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친중파 레지나 이프 의원은 "캐리 람의 실책으로 홍콩인들은 이제 집값 급등, 계층상승 좌절 등 근본적인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며 "전날 시위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친중파 진영은 시민들의 이러한 분노가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 '표심'으로 표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캐리 람 장관의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러한 '레임덕'이 찾아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중국 정부가 적절한 시기를 찾아 행정장관의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스티브 창(曾銳生) 런던대 중국연구소 소장은 "나는 캐리 람이 행정장관직을 오래 유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당장 캐리 람을 버리진 않겠지만, 앞으로 적당한 (교체의) 구실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정책 추진에 실패한 관료를 용납하는 지도자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퉁치화(董建華) 전 행정장관의 경우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다가 2003년 7월 1일 50만 홍콩 시민의 반대 시위를 맞아 이를 철회했고, 결국 2년 만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하고 말았다.
홍콩 빈과일보는 '베이징이 행정장관 '플랜B'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캐리 람의 사퇴나 대규모 개각이 현실화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캐리 람 장관을 아직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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