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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두둑한 지갑 주웠다면… 당신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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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시간대 40개국서 정직성 실험

동아일보

미국 연구팀이 전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잃어버린 돈을 얼마나 찾아주는 지 연구하는 데 사용한 도구다. 돈과 주인의 이메일이 적힌 명함, 열쇠 등이 들어 있다. 금액이 클수록 주인을 더 잘 찾아주는 경향이 발견됐다. 사이언스 제공


누구나 한 번쯤 잃어버린 지갑을 주워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경찰서를 찾을 수도 있지만, 지갑 속 현금을 보고 나쁜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선택의 갈림길은 지갑 안에 든 돈의 액수에 따라 달라질까? 지금까지는 현금이 많을수록 지갑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설로 통했다. 지갑을 돌려줬을 때보다 돌려주지 않았을 때 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금이 많이 들어있는 지갑일수록 오히려 주인에게 되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 앨런 콘 교수 연구팀은 지갑에 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지갑이 주인에게 반환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에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정직성이 종종 욕망과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길에서 주운 지갑만 해도 들어있던 현금을 훔쳐 개인의 편익을 취할지 아니면 주인에게 돌려줘서 정직함을 지킬지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이런 개인들의 정직성은 사회 정의의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세계 40개 국가, 355개 도시에서 사회의 정직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진행했다. 모두 1만7303개의 지갑을 준비한 다음 이들 도시의 은행과 영화관, 박물관, 우체국, 호텔, 경찰서 등에서 지갑을 주운 척한 뒤 지나가는 행인에게 주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각각의 지갑에는 현금과 지갑 주인의 e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을 넣어뒀다. 아예 현금을 넣지 않은 지갑부터 13.45달러(약 1만5600원), 94.15달러(약 10만 원)를 넣은 지갑을 준비했다. 시장 환경과 경제력에 따라 국가마다 금액을 일부 다르게 했다. 그런 다음 행인이 반환 의사를 담은 e메일을 보내는지 기다렸다.

100일 후 집계한 결과에서 40개국 중 38개국에서 지갑 속에 현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반환 의사를 밝히는 e메일을 많이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멕시코와 페루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반환 의사를 밝혀온 e메일이 적게 도착했다. 40개국의 회수율을 취합한 결과 돈이 들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40%, 돈이 들어 있지만 적은 경우 51%, 돈이 많은 경우 72%가 e메일을 보내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체로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남미 지역보다 액수에 상관없이 지갑을 돌려주겠다고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갑에 돈이 없는 경우에는 스위스(73%)와 노르웨이(70%), 덴마크·네덜란드(68%) 순으로 반환 의사를 보낸 메일이 많았다. 돈이 있는 경우에는 덴마크에서 82%가 반환 메일을 보냈고, 스웨덴 81%, 스위스 79%, 체코 78%가 반환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은 돈이 없는 경우 7%만이 메일을 보내 꼴찌를 기록했다. 돈이 들어 있는 지갑을 습득한 경우에도 21%만이 반환 메일을 보내와 페루(13%), 멕시코(18%) 다음으로 정직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콘 교수는 “일반화할 순 없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남을 생각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도둑질에 대한 편익 욕구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 도둑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적 압박과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걱정이 경제적인 요소보다 더 크게 작용해 사회 정직성을 높이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