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미·중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기술냉전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던 만큼 이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로 기술냉전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화웨이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했다"며 "나는 그들(화웨이)에 (미국) 부품들을 계속 파는 것을 허락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성격의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미국 기업들이 부품 판매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면서 사실상 거래를 중단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대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기술냉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정상회담 하루 전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의 성공을 위한 기반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이다. 디지털 무역이 확대되면서 5G 네트워크 보안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5G 장비를 공급하는 화웨이를 겨냥하면서 긴장감을 높였지만 정상회담에서는 '제재 완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수준은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우해달라. 양국 기업들 간 경제무역과 투자의 정상적인 교류가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 기업들이 화웨이에 중요 부품을 팔 때 국가 안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 회사들이 다른 곳에 물건을 파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건 매우 복잡한 것으로서 결정하기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며 "국가 안보 이슈와 관련이 없다면 그들(미국 기업들)에 그것(화웨이와 거래)이 허락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명단에서 내릴 것인지와 관련해 "내일(30일)이나 다음 주 화요일 (이 문제를 논의할) 회의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왕샤오룽 중국 외교부 주요 20개국(G20) 특사는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에서 뺄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 "만일 미국이 말한 대로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 제재 완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끝까지 (이 이슈를) 가지고 갈 것"이라며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해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화웨이 문제를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