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대외협력 부사장 단독 인터뷰
“삼성 등 반사이익 있어도 1위 자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제재가 계속돼도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5세대(G) 이동통신 장비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펑 화웨이 대외협력·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45·사진)은 지난달 2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제재가 이어지면 LG유플러스가 5G 기지국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고 지적하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5G 장비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펑 부사장은 “LG유플러스는 정치적인 면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을 보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나 고위층이 하는 압박은 정치적인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으면 각국의 통신사가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 네트워크 부문은 미국 의존도가 낮고 자체 부품 사용 비율이 높아서 영향이 없다”면서 “핵심 부품은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본사의 5G 전시홀에는 영국 보다폰, 바레인 비바와 함께 LG유플러스가 주요 협력업체로 소개돼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LTE(4G)에 이어 5G망에도 화웨이 장비를 채택했다. 지금까지 화웨이는 전 세계 50여개 통신사와 5G 계약을 체결하고 15만개 기지국을 출하한 상태다.
미국 제재가 심화되면 다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에 대해 펑 부사장은 “(화웨이의 점유율 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5G 분야 1위 사업자인 화웨이의 지위가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한국일 수도 있고, 다른 국가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 “올 매출, 작년 비슷…미국 문제 커질수록 단합력 강화”
펑 부사장은 미국이 중국 내 여러 기업 가운데 화웨이를 콕 짚어 제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면 미국이 (각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전직 미국 정보기관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미국은 각국 통신망을 도·감청하고 있는데, 화웨이 통신장비는 동맹국에서 제작한 게 아니어서 미국 의도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펑 부사장은 그간 미국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제재 동참을 요구했지만 화답한 국가는 많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미국이 여러 나라에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결과물이 기대만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호주를 제외한 어떤 국가도 공개적으로 미국을 따르겠다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사이버 보안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별 국가와 ‘백도어(정보유출) 금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화웨이에서 20년간 일하면서 주로 마케팅 부문에 근무했던 펑 부사장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해외 판매량이 조금 줄었다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매출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인 1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스마트폰의 감산 여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펑 부사장은 “공장을 둘러봐서 알겠지만 부품 조달과 기본적인 생산에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화웨이는 장기전 채비도 하고 있다. 펑 부사장은 “미국 문제가 커질수록 회사 내부의 응집력과 단합력은 강화되고 있다”면서 “향후 2~3년간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후에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자체적으로 서플라이 체인을 만들어 부품이나 칩셋도 많이 준비해뒀다”고 부연했다.
펑 부사장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자 확대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9’에서 화웨이가 5G 프로젝트로 가장 먼저 언급한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 최초로 우리 장비를 사용해 5G를 상용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시장은 화웨이에 중요하다. 계속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 통신사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