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점거한 입법회 건물 내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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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연일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정부가 잘못된 편에 서는 것을 택했다"며 "홍콩의 내정에 간섭할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범법자들을 옹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계 주요 인사들이 "홍콩의 자율권을 인정하라"며 홍콩시위 지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류 대사는 홍콩 문제에 대한 영국의 개입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지 더 이상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영국 정부가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한다면 양국 관계에 어떤 문제도 없겠지만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류 대사는 영국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중국과 영국간 신뢰관계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영국의 통치 아래 있을 때는 선거권도 시위할 권리도 없었다. 이제 와서 영국이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외무부 청사로 류 대사를 초치해 "이 같은 발언은 용납할 수 없으며 부정확하다"고 항의했다. 류 대사와 만난 사이먼 맥도날드 영국 외무부 사무차관은 홍콩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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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 정계 주요 인사들은 잇달아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유력한 영국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꺼이 홍콩 시민들을 변호할 것"이라며 "일국양제가 그동안 지켜져왔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중국에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홍콩 상황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하원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중국 정상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전했다"면서 "반환협정에 담긴 홍콩의 자율성과 권리, 자유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기 전 맺은 협정을 통해 2047년까지 주권을 인정받고 있다. 1984년 9월 26일 체결된 '홍콩반환협정(영·중 공동선언)'은 외교, 국방을 제외한 홍콩 시민의 자치를 인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인정한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며 다시 맞받아쳤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이) 식민지 시절 환상에 취해 있다"며 "영국의 이런 태도는 짝사랑에 빠져 헛된 망상을 하는 것이다. 영국의 식민통치 당시 홍콩인들은 통행의 권리마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추후 영국과 중국이 전면적 외교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집권 하에서 양국 간 관계는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면서 "홍콩을 둘러싼 영국과 중국의 갈등은 현재 양국 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됐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며 기물을 파손하는 등 양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처음으로 입법회 청사 불법 침입 및 내부 시설 파괴 혐의를 적용해 관련 용의자를 체포했다. 중국 정부도 입법회 점거 시위를 '폭력 행위'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홍콩 정부에 강한 사법 처리를 주문했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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