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고씨 측은 유명 로펌 2곳에서 변호인 5명을 선임했다. 여기에는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다수의 논문을 작성한 판사 출신의 변호인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인 등이 포함돼 있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는 검찰 측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변호인단 구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을 공판준비기일로 정하고, 오전 10시30분부터 재판을 시작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과 쟁점을 정리하고, 검사 및 변호인단과 앞으로의 심리 일정 등을 조율하는 기일이다. 사실상 재판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정식 공판과 달라서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계획 범행’이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기 위해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또 자신의 허벅지와 왼팔 등에 난 상처 역시 증거보전 신청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씨의 범행을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규정하고 논리를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모두 89점에 달하는 데다, 고씨가 범행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정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고씨의 오른손과 복부 등에 생긴 상처 등은 ‘방어흔’이 아닌 ‘공격흔’과 ‘자해흔’으로 보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씨의 주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검찰의 의지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ㄱ씨(36)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씨를 기소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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