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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블라인드채용·괴롭힘금지…과잉입법에 기업들 죽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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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괴롭히는 과잉입법 ◆

채용에 대한 부당한 청탁·강요와 구직자에 대한 기업의 특정 정보 요구를 금지하는 '공정 채용법'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일괄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채용부터 임직원 간 관계, 노사 관계 등 인사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로 경영 리스크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정 채용 청탁·강요와 구직자에 대한 기업의 특정 정보 요구를 법으로 금지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각각 17일과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가운데 구직자의 특정 정보 요구를 금지하는 일명 '블라인드 채용법'은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용모·키·체중,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구직자 본인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 학력·직업·재산에 대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면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 300만~500만원을 부과하는 법이다. 고용부는 이를 기반으로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능력에 따라 고용되는 문화가 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정보는 기업의 인재상이나 직무, 채용 목적에 따라 다른데 특정 정보 요구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기업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들은 법이 시행되면 출신 지역 등 구직자 정보 공백으로 지역 인재 선발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류전형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기업 채용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염려도 있다. 1차 합격자를 서류전형을 통해 결정하는 일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천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는 사례가 많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공정 채용법상 어떤 사례를 부당한 채용 청탁이나 압력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재 채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법에 가로막혀 채용시장에서 더욱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은 취업규칙 변경, 임직원 교육 등을 마치고 시행을 기다리고 있으나 실제 시행 이후 돌발 상황이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다툼 소지가 충분하고, 법을 악용할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운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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